광주 서구 농성동 농성광장에 설치된 사랑의 온도탑. 32억 원을 목표로 지난해 11월 20일부터 시작된 모금운동이 1월 들어 시들해졌다. 10일 현재 83도인 사랑의 온도를 높이려면 시민들의 참여가 절실하다. 박영철 기자 skyblue@donga.com
“사랑의 온도탑 조금만 더 올려주세요.”
지난해 11월 20일 모금을 시작한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사랑의 온도’가 좀처럼 올라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세밑 온정에 힘입어 가파르게 치솟던 온도가 새해 들어서는 상승세가 한풀 꺾였다. 경기 침체로 기업체 기탁과 익명의 고액 기부자의 발길이 준 탓이다.
○ 더디 올라가는 사랑의 온도
광주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희망 2014 나눔 캠페인’을 시작한 이후 접수한 성금은 10일 현재 26억5653만 원. 목표액 32억 원의 83%로, 온도로 따지면 83도다. 광주 서구 농성동 로터리에 설치된 사랑의 온도탑은 3200만 원이 모금될 때마다 1도씩 눈금이 올라간다. 현재 온도는 16개 시도 가운데 두 번째로 낮다. 지난해 크리스마스를 전후해 목표액의 65%를 채웠는데 1월 들어서는 기부가 눈에 띄게 줄었다. 6일에는 1500만 원, 7일 1200만 원, 8일 366만 원, 9일 511만 원 등 하루에 사랑의 온도를 0.5도 올리기도 버겁다. 광주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지난해 25억8000만 원을 목표로 했다가 31억 원이 걷히자 올해 목표액을 늘려 잡았다. 김보미 광주사회복지공동모금회 모금사업팀 주임(29·여)은 “각 구청을 찾아가 도움을 요청하고 예전에 성금을 낸 기업체를 방문하는 등 발품을 팔고 있지만 온도 올리기가 쉽지 않다”며 “설날을 앞두고 현물 기탁과 개인 기부에 희망을 걸고 있다”고 말했다.
전남모금회는 사정이 조금 나은 편이다. 10일 현재 모금액이 56억4600만 원(목표액 65억 원)으로 86.8도를 기록하고 있다. 법인 기탁이 사랑의 온도탑을 데워주는 데 큰 몫을 하고 있다. ㈜포스코 10억 원, 광양기업이 1억 원을 기탁하는 등 법인 성금이 모금액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예년의 25% 수준이던 개인 기부가 18%로 감소한 데다 출향 인사들의 후원도 줄어 경기 침체를 실감하고 있다.
○ 그래도 이어지는 온정
성금 모금은 부진하지만 십시일반의 온정은 끊이지 않고 있다. 장애우 성금, 가족 저금통, 바자회 기금 등 작지만 아름다운 기부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12월 24일 오후 전남 모금회에 신안군 임자초등학교 특수학급에 재학 중인 지적장애 초등학생 3명이 찾아와 봉투를 내밀었다. 봉투에는 이들이 1년 동안 모은 10원짜리 동전 등 3만430원이 들어 있었다. 아이들이 학교 텃밭에서 상추, 깻잎, 고추를 가꿔 교직원들에게 팔아 얻은 수익금을 내놓은 것.
광주 남구 대촌동 주민센터는 안태훈(32), 송은희 씨(29) 부부가 맡긴 ‘가족 저금통’을 최근 광주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기탁했다. 안 씨 부부와 큰아들 시현 군(3)은 각자 저금통을 만들어 1년 동안 12만830원을 모았다. 안 씨는 “큰돈이 아니라 부끄럽지만 아이들이 앞으로 따뜻한 마음을 갖고 어려운 이웃을 생각할 줄 아는 사람으로 성장했으면 하는 마음을 담았다”고 말했다. 방림2동 주민자치위원회는 지난해 12월 남구와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300만5700원을 기부했다. 주민들은 뽕뽕다리 마을전시관 개관 행사 때 먹거리 장터를 열어 돈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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