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고교 150m밖에 골프장… 양산이 시끌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0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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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불산 자락에 112만m²규모 추진
경남외고 - 양산 12개 시민단체 “학습권 침해 - 습지훼손 우려” 반발
市에선 “레저타운 조성에 필요”

6개의 골프장이 영업 중인 경남 양산시에 다시 골프장이 들어서려 하자 지역 시민단체들이 저지 운동에 나섰다. 이들은 지방세수 확충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 반면 환경 파괴와 학습권 침해 등 부작용만 우려된다고 주장했다.

경남외국어고와 양산지역 12개 시민단체로 꾸려진 ‘양산어곡골프장 반대대책위원회’는 20일 “㈜아시아드관광개발이 양산시 어곡동 산 283 일원 112만 m²(약 34만 평)에 추진하는 어곡골프장(18홀)은 신불산 자락의 심각한 환경 훼손뿐 아니라 경남외국어고 학생들의 학습권 침해가 우려되는 만큼 건설을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책위는 “양산지역에 골프장이 지나치게 많이 들어서면서 부도 또는 법정관리에 들어가는 골프장이 생겼고 상습적인 체납 역시 골프장이 주범”이라며 “2009년 당시 상황을 기준으로 추진된 어곡골프장 사업계획은 현실과 맞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특히 골프장 예정지에서 150m 정도 떨어진 기숙형 고교인 경남외국어고의 학습권 침해를 크게 걱정하고 있다. 공사 과정에서도 그렇지만 영업을 시작하면 학생들이 소음과 빛 공해 등으로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라는 것. 이 학교 전병철 교장은 “국가기간산업이나 중요시설도 아닌데 기업 이익을 위해 학교가 희생된다면 잘못”이라며 “지하수의 오염도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대책위 황은희 간사는 “신불산은 고산습지가 잘 보존돼 있어 환경부가 2004년 습지보호구역으로 지정했다”며 “산을 깎고 계곡을 메우면 삼림이 울창한 ‘자연생태계의 보고’가 파괴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경남도, 양산시 등이 직접적인 이해당사자인 경남외고와 인근 지역 주민들의 의견은 제대로 수렴하지 않았다”며 행정 절차의 문제점도 제기했다. 대책위는 골프장 건설 반대 서명운동과 양산시장 고발에 이어 21일부터 시작되는 낙동강유역환경청, 경남도교육청, 경남도청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도 골프장 건설의 부당성을 공론화하기로 했다.

30일에는 기자회견과 함께 경남도에 감사도 청구할 예정이다. 양산시는 “주민 소득 증대와 세수 확대, 인근 골프장과 연계한 레저타운 조성 등을 위해 필요한 사업”이라며 “주민과 학교의 의견을 잘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골프장#환경파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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