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희선 “최고의 마약분석전문가 키울겁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0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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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과수 원장에서 충남대 분석과학기술대학원장 된 정희선 교수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최초의 여성 수장에서 충남대 분석과학기술대학원장으로 자리를 옮긴 정희선 원장이 대학원 로비에서 포즈를 취했다. 충남대 제공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최초의 여성 수장에서 충남대 분석과학기술대학원장으로 자리를 옮긴 정희선 원장이 대학원 로비에서 포즈를 취했다. 충남대 제공
눈 코 뜰 새 없이 바쁘다. 수북이 쌓인 서적, 결재를 기다리는 문서, 쉴 새 없이 걸려오는 전화까지. 거대 연구원을 이끌던 모습 그대로다. 집무실만 대학 캠퍼스로 바뀌었다. 주인공은 정희선 충남대 분석과학기술대학원장(58)이다. 2008년 여성 최초로 취임해 지난해 7월까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수장을 지낸….

그는 이 대학에 지난달 26일 취임했다. 취임식 당일에 그는 ‘정말’ 떨었다고 했다. “평생 연구실에서 독극물 분석하고 마약 검사만 하다 탁 트인 대학으로 나왔잖아요. 제2의 인생이 시작되는 첫날이니 긴장되죠. 그래도 그 설레는 긴장감 덕분에 에너지는 막 솟더라고요.”

충남대에서 처음 제안을 받은 때는 5월. 곧바로 수락하지는 않았다. 1978년 첫 직장으로 들어갔던 작년까지 몸담았던 국과수를 떠나 새롭게 열정을 바쳐 일할 곳인지 충분히 생각할 시간이 필요했다. 8월까지 고민한 뒤 결론을 내렸다. 한번 해보자고.

학교 비전이 마음을 잡아끌었다. 국과수 시절 늘 절감했던 부분이 전문인력 부족이었다. 정 원장은 “국과수 규모가 커지면서 고가의 외국산 장비를 제대로 쓸 줄 아는 인력이 드물었다. 사용을 못하니 응용해서 분석기술을 향상시키는 게 거의 불가능했다”고 돌아봤다. 분석과학기술대학원은 2009년 생겼다. 국내 유일의 분석전문가 양성기관이다. 학생에게 전액 장학금을 주면서까지 전문 인력을 기르겠다는 학교의 의지가 그의 바람과 정확히 맞아떨어졌다.

요즘 그는 내년부터 시작할 강의 준비에 여념이 없다. 한번 결심하면 불도저처럼 밀어붙이는 성격. 일단 사례와 경험이 중심이 된 ‘살아있는’ 강의를 하자는 게 목표다. 2003년 기내에서 발작 증세를 보이다 숨진 페루인, 부검 결과 115개의 마약 봉지가 몸 안에서 발견됐던 사건을 활용하는 식이다. 정 원장은 “이른바 ‘보디 패커(body packer) 사망 사건’으로 불리는 유명한 사례”라며 “이를 통해 마약 검출의 원리, 마약의 유해성, 제조기법을 활용한 제조지 추적 방법, 사망자 조직에서 검출된 코카인 농도의 해석 등 다양한 설명이 가능하다”고 했다. 그는 취임한 뒤 거대한 캠퍼스 규모도 놀라웠지만 학생들의 열정이 가장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주말에도 밤늦게까지 연구실의 불을 밝히고 연구에 매진하는 모습에 오히려 자신이 자극을 받았다고 했다.

“학생들이 참 순수해요. 열정과 성실성은 수도권 유명 대학에 절대 밀리지 않아요. 지방 대학이란 이유만으로 취업 등 기회가 부족한 현실이 좀 안타깝죠.” 정 원장은 이미 완벽한 충남대인이었다.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정희선#충남대 분석과학기술대학#국립과학수사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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