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최근 ‘일반고 교육역량 강화 방안’ ‘대입전형 간소화 및 대입제도 발전방안’ 등 굵직한 입시정책을 잇달아 발표하면서 고등학교 입시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고등학교 선택을 앞둔 중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가 고려할 변수는 크게 네 가지. △대입 수시모집에서 수능 최저학력기준 단계적 폐지 △내신 성취평가제의 대입적용시기 연기 △지역 자율형 사립고 신입생 선발에서 ‘상위 50%’ 지원자격 폐지 △수능 문·이과 통합안이 그것이다. 각 변수는 대입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이에 따른 고입전략은 또 어떻게 세워야 할까. 달라지는 입시정책에 따른 현 중학생의 고입전략을 살펴본다.》
[수능 최저학력기준 폐지] 정시모집 인원 늘어 특목고·자사고생 유리해질듯
현 중3이 치르는 2017학년도 대입부터 수시모집에서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사실상 폐지하면 정시모집 선발인원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아져 상대적으로 수능에서 좋은 성적을 받는 학생이 많은 특목고와 자율형 사립고가 유리해질 가능성이 있다.
주요 대학 입학처장들은 “대입정책이 최근 발표된 계획대로 확정되면 주로 수시모집 논술전형 선발인원을 줄이는 방식을 통해 정시모집 선발인원을 늘릴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은다. 수험생들이 대학에 입학해서 학업을 따라갈 능력이 되는가를 판단하는 지표로 활용했던 수능 최저학력기준이 폐지되거나 사실상 무력화되면 대학 입장에서는 논술고사만으론 우수한 학생을 선발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논술고사 문제의 난도를 높여 변별력을 높이지 않겠느냐는 분석도 나오지만 대학 입학처장들은 “그것으론 어렵다”는 입장. 정부가 논술 문제를 고교 교육과정 안에서 출제하도록 규제하고 있으므로 논술시험에선 변별력을 만들기 어려워 논술전형 선발인원의 축소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김윤배 성균관대 입학처장은 “수능 최저학력기준이 폐지되면 고1 때부터 논술고사만 집중 준비해서 ‘논술시험만’ 잘 치르는 학생이 늘어날 것”이라면서 “대학 입장에서는 2시간 동안 치른 논술고사 성적만으로는 우수한 학생을 선발하기 어려워 모집인원을 줄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배영찬 한양대 입학처장은 “수능 최저학력기준이 무력화되면 논술전형 지원자 수가 대폭 늘어 논술시험 응시자를 수용할 수 있는 공간을 찾기 어렵다”면서 “수많은 논술 답안지를 채점하기도 쉽지 않으므로 대학 입장에서 전형운영의 현실적인 어려움 때문에라도 논술전형 선발인원을 줄이고 정시모집 인원을 늘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맥락에서 특목고와 자사고 학생들은 수능 중심으로 학생을 선발하는 정시 모집인원이 늘어나 유리해질 수 있다. 논술전형의 경우도 선발인원이 줄더라도 특목고와 자사고 학생들이 여전히 강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아 이 또한 대입에서 유리해질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내신 성취평가제 대입 적용 연기] 특목고·자사고에 악재지만 대입엔 큰 불리 없을 수도
특목고와 자사고에 상대적으로 불리한 변화도 있다. 교육부는 현 중3이 수능을 치르는 2017학년도 대입부터 반영할 예정이었던 내신 성취평가제(절대평가)의 적용을 2019학년도 이후로 미뤘다. 현 중1∼3은 내신 상대평가 방식으로 대입을 치른다.
교육부가 최근 달라진 대입정책을 내놓기 전까지 현 중3부터 대입에 내신 절대평가를 적용할 것을 기대하던 상황이라 적잖은 학부모는 내신 경쟁이 치열한 특목고와 자사고가 입시에서 불리하지 않겠느냐고 우려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입시전문가들은 “상대평가로 내신을 받아온 지금까지도 특목고와 경쟁력 있는 자사고의 대입 실적이 좋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앞으로도 더 불리할 이유는 없다”고 입을 모은다.
이영덕 대성학력개발연구소장은 “내신 성취평가제가 대입에 적용됐다면 특목고와 자사고가 더 유리해졌겠지만 현재 상대평가 체제에서도 대원외고, 하나고 등 경쟁력 있는 특목고와 자사고의 대입 실적은 매우 뛰어나다”면서 “현재도 서울 소재 주요 대학 중 수시모집에서 학생부 내신 성적만으로 학생을 선발하는 전형이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내신 절대평가 도입을 미루는 것이 대입 자체에 큰 영향을 미치진 못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임성호 하늘교육 대표는 “내신은 지금도 일부 대입 전형을 제외하면 합격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면서 “실제로 2013학년도 중앙대 입시결과 자료를 보면 대입 논술전형으로 내신 8.2등급인 학생은 경영학과에 합격했지만 내신 1.2등급인 학생은 불합격할 정도로 내신의 영향력이 크지 않았다”고 말했다.
[지역 자사고 지원자격 폐지] 면학 분위기는 유지되겠지만 자녀 성향 고려해야
중1, 2인 자녀를 둔 학부모는 지역 자사고 진학에 대한 고민도 깊어졌다. 현재 수도권의 경우 중학교 내신을 기준으로 외국어고는 영어 교과성적 상위 7%, 과학고는 수학·과학 교과성적 상위 3% 정도 학생이 합격권. 그동안 중학교 내신 상위 20% 내외인 중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는 특목고의 대안으로 지역 자사고 진학을 고려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현 중2가 자사고에 입학하는 2015학년도부터 자사고에 중학교 성적 ‘상위 50%’ 이상인 학생만 지원할 수 있는 제한이 사라지면 자사고가 유명무실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중학교 내신 성적 하위 70∼90%대 학생들까지 입학하면 면학 분위기가 이전보다 나빠질 수 있는데 등록금은 여전히 일반고의 3배 수준을 유지한다면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것. 또 ‘일반고 교육역량 강화 방안’에 따라 앞으로 일반고도 2015학년도부터 필수이수단위를 116단위에서 86단위로 축소해 교육과정의 자율권을 확대한다. 기존 자사고처럼 국어 영어 수학 과목 중심의 수업을 강화할 수 있어 자사고의 경쟁력은 상대적으로 줄어들 수 있는 것. 이런 상황에서 앞으로 자사고 미달사태가 속출하고, 최악의 경우 자녀가 자사고에 입학한 뒤 일반고로 전환돼 피해를 보지 않겠느냐는 우려 때문에 지역 자사고 진학을 고민하는 학부모가 적잖다.
이종서 이투스청솔 교육평가연구소장은 “내신 상대평가가 유지되는 상황이므로 지역 자사고의 지원자격 요건이 사라진다고 해서 성적 하위권 학생이 대거 지원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면서 “하지만 학교 유형에 따른 경쟁력보다는 자녀의 학습 성향을 먼저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자녀가 중학교 성적이 상위권이라도 경쟁적인 환경에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성향이라면 자사고의 경쟁적 분위기는 오히려 성적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도 있다는 것.
[수능 문·이과 통합안] 통과되면 수학 비중 줄면서 외고는 유리, 과고엔 불리할 수도
문·이과 통합안은 고입의 또 다른 변수다. 교육부는 △현행 수능 골격 유지안 △문·이과 일부 융합안 △문·이과 완전 융합안 등 3가지를 놓고 검토 중이다. 현재는 문과와 이과를 구분하는 1안이 통과될 가능성이 높지만, 만약 어떤 형태로든 문·이과 융합안이 통합되면 특목고도 희비가 엇갈릴 가능성이 높다. 수학의 비중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일부 융합안이 통과되면 수학은 공통과목을 두고 미적분Ⅱ, 확률과 통계, 기하와 벡터 중 1과목을 선택한다. 완전 융합안이 통과되면 수학은 문과 수학인 수리 ‘나’형(2014학년도 수능 수학 A형) 수준에 맞춘다.
많은 입시전문가는 수학 부담은 줄어들고 정시모집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은 새 대입정책에선 외국어고 학생들이 의·치대 등 자연계열 최상위권 학과에 진학할 길이 넓어지므로 외고의 경쟁력이 높아질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는다.
반면 과학고는 문·이과 통합안이 통과되면 상대적으로 위축될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허철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실 선임연구원은 “수학 비중이 줄어드는 데다 과학 분야 심화학습을 하는 과학고 학생이 유리한 과학탐구Ⅱ 과목이 사라지면 과학고는 현재보다 대입에서 경쟁력이 떨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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