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길 스치면 시든 야채도 생기 돌아요”… 대형마트와 승부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7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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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시장 스타]곽경신 ‘야채는 예술이다’ 사장

“시들어 가던 야채도 정성껏 매만져 주면 언제 그랬냐는 듯 생기를 되찾아요. 주인의 손길 속에서 야채가 다시 태어나는 거죠.”

야채가게 ‘야채는 예술이다’의 곽경신 사장(55·사진). 너무 튀는 상호라 대뜸 이유를 물었더니 철학자 같은 답변이 돌아왔다. “같은 노래도 누가 부르느냐에 따라 다르듯 야채도 누가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다양한 맛을 낸다”는 설명이었다. 조곤조곤한 그의 목소리에서 야채에 대한 애정이 배어났다.

이야기 도중에도 곽 씨는 좀처럼 야채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분무기로 수분을 공급해 주고, 총채로 먼지를 털고, 진열해 놓은 야채를 이리저리 뒤집느라 손 쉴 틈이 없었다.

곽 씨의 설명을 듣다 보니 확실히 물건 진열부터 달라 보였다. 배추와 무는 흙을 떨어 말끔히 손질해 놓았고, 양배추는 손님들이 원하는 만큼 크기를 다양하게 나눠 랩을 씌워 놓았다. 바구니에 담긴 피망과 오이도 싱싱해 먹음직스러워 보였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곽 씨는 여느 야채가게 주인과 다르지 않았다. 산지에서 야채를 떼다 가게에 늘어놓을 뿐 지금처럼 공을 들일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하지만 지난해 시장경영진흥원이 진행하는 상인대학을 다니며 고객 응대법과 효과적인 제품 진열법을 배운 후 달라졌다.

“손님을 딱 보면 물건을 살 사람인지 안 살 사람인지 금방 알아요. 안 사겠다 싶으면 일찌감치 돌아앉았죠. 하지만 이제는 모든 고객을 한결같이 대하게 됐어요.”

신영시장에서 장사를 시작한 지 11년째. 곽 씨는 숫자로 말하지는 않았지만 요즘 매출이 최고 수준을 기록해 ‘전성기’를 맞고 있다고 했다.

“더 편하고 질 좋은 서비스를 찾아 대형마트로 가는 고객을 탓할 수는 없잖아요. 상인이 바뀌면 전통시장도 얼마든지 발전할 수 있어요.”

김창원 기자 changkim@donga.com
#전통시장#곽경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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