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압 의혹 홈플러스 연수원 가보니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7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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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의도서 가장 풍광 좋은 곳… 멀쩡한 소나무숲 베어내고 지어”

인천 중구 무의도의 홈플러스 아카데미(연수원).
인천 중구 무의도의 홈플러스 아카데미(연수원).
4일 오전 10시 25분경 인천 중구 무의도 선착장. 방금 도착한 차도선(차량을 실을 수 있는 여객선)에서 대형 버스 3대가 빠져나왔다. 앞 유리창에 ‘홈플러스 대졸신입사원 연수’라는 표지를 붙인 버스들은 2분 정도를 달려 하나개해수욕장 방면 고개 왼쪽에 있는 ‘테스코 홈플러스 아카데미’(일명 홈플러스 연수원)로 들어갔다.

2011년 7월 7일 문을 연 홈플러스 연수원은 세미나와 교육이 이뤄지는 본관, 200여 명을 동시에 수용할 수 있는 숙소와 별장식 숙소 등으로 구성돼 있다.

홈플러스 연수원 터(무의동 산78)는 무의도에서 가장 경관이 좋은 곳으로 꼽힌다. 송도국제도시와 인천대교의 모습을 한눈에 볼 수 있고 본관 건물에서 바닷가 쪽으로 내려가면 자그마한 해변을 끼고 있다.

주민 김모 씨(65)는 “연수원 터는 아름드리 소나무가 빼곡할 정도로 숲이 울창했던 곳”이라며 “바닷물이 들어오면 풍광이 아름답기로 이름났었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홈플러스 연수원 건립 계획이 발표됐을 때부터 뒷말과 논란이 많았다고 입을 모았다. 무의도는 1993년부터 유원지 용지나 용유·무의 관광단지 등으로 묶여 개발이 제한돼 오다가 2003년 8월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이 출범한 뒤 경제자유구역법에 따라 개발행위가 일체 금지됐다. 무의도 주민들은 새 집을 짓고 싶어도 허가가 나지 않아 포기하고 살았을 정도다.

홈플러스 측이 2009년 6월 말 단위사업지구 형식으로 연수원을 짓겠다고 나서자 주민들은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건립 반대에 나섰다. 당시 비대위원장이던 이흥국 씨(54)는 “주민들은 20여 년간 재산권 행사조차 못했는데 홈플러스 연수원이 들어선다는 소식에 처음에는 반대를 했다”며 “하지만 인천경제청이 외국 회사인 테스코의 자본을 유치하는 차원에서 연수원을 허가했다고 해 주민 반대 여론이 수그러졌다”고 말했다.

하지만 연수원 건설이 계획 승인을 받은 지 1년도 안 지난 2010년 5월에 착공되는 것을 보고 주민들은 허탈감에 빠졌다고 한다. 주민 A 씨(50)는 “현재 살고 있는 집을 새로 짓고 싶어도 건축허가가 나지 않는데 대기업인 홈플러스는 순식간에 건축허가를 받고 공사를 하는 것을 보면서 주민들 대부분이 허탈감에 빠졌었다”고 말했다.

2009년 당시 인천시와 중구 예산 30억 원을 확보해 목욕탕과 찜질방 등을 갖춘 무의도 복지회관 건립을 추진했던 김창복 전 구의원(70)은 “인천경제청이 중복 투자를 이유로 허가하지 않아 30억 원의 예산을 불용 처리했다”며 “지금까지 870여 명의 주민이 동네 목욕탕 하나 없는 곳에서 살고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최근 2009년 연수원 건축허가를 내준 인천경제청 공무원 4, 5명도 참고인으로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무원들은 인천경제자유구역법에 따라 적법하게 처리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홈플러스 측은 당초 연수원이 들어서면 지역경제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으나 주민들은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연수원에 호텔 수준의 식당과 대형 슈퍼마켓인 홈플러스 익스프레스까지 있어 연수자가 와도 지역에서 돈을 쓰지 않는다는 것. 홈플러스는 이 같은 민원이 일자 토, 일요일은 식당을 운영하지 않고 동네 식당 등을 이용하도록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천=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
#무의도#외압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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