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PC방 대신 선후배와 축제 즐겨요”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7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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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 스트레스’ 해소 프로그램 운영하는 공교육 현장

지난 4월 서울 방배중학교 학부모회가 중간고사를 마친 학생들을 위해 마련한 ‘시험 뒤풀이’ 행사에서 선후배간 농구 경기가 열리는 모습(위 사진)과 학부모들이 준비한 음식을 먹고 있는 모습(아래 사진). 방배중학교 학부모회 제공
지난 4월 서울 방배중학교 학부모회가 중간고사를 마친 학생들을 위해 마련한 ‘시험 뒤풀이’ 행사에서 선후배간 농구 경기가 열리는 모습(위 사진)과 학부모들이 준비한 음식을 먹고 있는 모습(아래 사진). 방배중학교 학부모회 제공
“시험이 끝나는 날이면 친구들은 아침부터 학교 주변 PC방에 전화를 걸어 자리를 예약해요. 아예 등굣길에 PC방에 들러 선불 예약을 하는 친구들도 있죠. 5월 중간고사 끝나는 날 저희 옆 반의 남자 아이들은 학교 앞 PC방 한 곳을 통째로 ‘전세’를 내기도 했어요. 시험이 끝나면 극도의 흥분과 설렘을 느끼지만 귀가하기 전 PC방에서 옷에 밴 담배 냄새를 없애기 위해 30분 정도 농구를 하는 것을 빼면 특별한 놀잇거리가 없어요.”(중학교 3학년 김모 군·서울 노원구)

“PC방에 가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 또래 무리에 잘 끼지 못하던 중2 아들이 어느 날 반 친구들을 집으로 데려왔는데, 다들 ‘할 게 없다’며 지루해하더니 곧 PC방으로 가버렸어요. 밤이 되자 각자 집에 가서 노트북을 들고 와 아들 방에 모여 밤새 롤플레잉 게임을 하는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았죠.”(학부모 최모 씨·서울 서초구)

전국 초중고교에서 1학기 기말고사가 진행되는 때다. 학생들은 시험이 끝나면 친구들과 실컷 놀이를 즐기며 시험으로 쌓인 스트레스를 날릴 순간을 기다린다. 하지만 거리로 쏟아져 나온 학생들의 발길이 닿는 곳은 PC방과 당구장, 노래방 등 비교적 환경이 좋지 않은 상업시설이 전부다. 특히 남학생들은 마치 ‘한풀이’라도 하듯 며칠 동안 PC방에서 살다시피 하며 게임에 몰두할 뿐 다른 놀잇거리는 알지도, 찾지도 않는 게 현실이다.

학생들이 친구들과 함께 ‘시험 스트레스’를 해소할 건전한 놀이문화는 없을까. 최근 교육현장에서는 전교생이 시험이 끝난 직후 다함께 스포츠와 문화예술, 레크리에이션을 즐기며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프로그램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시험 종료 당일, 학부모회 주도 ‘운동·먹거리 축제’

서울 서초구에 있는 방배중학교. 4월 말 중간고사가 끝난 날 교내 운동장에선 이 학교 학부모회가 개최한 ‘시험 뒤풀이’ 축제가 열렸다. 참여를 강제하지 않은 이날 행사에는 150여 명의 학생이 참여해 시험기간에 쌓인 스트레스를 해소했다.

행사를 찾은 학생들은 운동장에서 ‘즉석 팀’을 꾸려 풋살, 농구경기를 진행하고 일부는 교내 자기주도학습실에 마련된 상영실에서 영화 ‘7번방의 선물’을 관람했다. 운동장 한쪽에선 이 학교 학부모들이 기부해 마련한 음료, 귤, 주먹밥, 치킨 등 먹거리가 제공됐다.

이날 친구들과 함께 교내에서 영화를 관람한 이 학교 1학년 김사무엘 군(13)은 “시험이 끝나자마자 PC방에 가려 했던 친구들도 발길을 돌려 행사에 참여해 영화를 보고 음식도 먹었다”면서 “직접 학교까지 찾아온 학부모들로부터 ‘시험 보느라 수고했다’는 격려를 들으니 정말 시험 스트레스가 없어지는 기분이었다”고 했다.

이날 행사를 총괄한 이 학교 학부모회장 이경선 씨(40·서울 서초구)는 “행사에 참여한 학생들의 후기를 살펴보니 ‘평소 거리감을 느끼던 교장, 교감선생님과 풋살 경기를 한 게 좋았다’ ‘선배 학년과 당당하게 농구경기를 해 이겨서 스트레스가 해소됐다’ 등의 반응이 담겼다”면서 “이달 기말고사가 끝나는 날에는 교사와 학생이 서로에 대해 알아보는 ‘토크콘서트 겸 퀴즈대회’, 교사나 친구에게 하고 싶은 말을 외치는 ‘소리 질러봐’ (가제)코너 등으로 학생들의 시험 스트레스를 해소시켜 줄 계획”이라고 말했다.

북콘서트·밴드 연주회… 시험 후 2주간 문화예술에 ‘풍덩’

한편 시험이 끝난 다음 날부터 2, 3주간을 ‘문화예술활동 주간’으로 편성해 각종 단체 문화활동을 집중 진행하는 학교들도 있다.

인천 송도에 있는 인천신정중학교가 대표적 사례. 이 학교는 중간·기말고사가 끝나는 다음 날부터 ‘창의적 체험활동’ 시간을 활용해 교내 강당에서 뮤지컬·연극 공연을 열거나 전교생이 참여하는 ‘북 콘서트’를 진행한다. 교내 생태공원에서 학생 오케스트라와 밴드가 공연을 하는 점심시간 ‘작은 음악회’도 전교생이 몰려나와 구경할 정도로 큰 인기다.

이 학교 한경애 연구부장교사는 “우리 학교의 경우 학생들의 학업 열기가 꽤 높은 편이다 보니 학교로서는 수시로 학생들의 머리를 식혀줄 프로그램을 강구하게 된다”면서 “학교 주변에 PC방을 찾기 어렵다 보니 학생들은 학급 전체가 ‘런닝맨’ 놀이를 하거나 다른 학급과 축구 피구를 하는 등 교내에서 놀잇거리를 찾는 데 익숙해진 모습”이라고 말했다.

이강훈 기자 ygh8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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