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가워 또만나/반또 칼럼]모바일 드라마 ‘미생’ 돌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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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6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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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퇴근 직장인 사로잡은 ‘10분의 감동’

지난달 24일 다음 모바일앱에서 개봉한 모바일 드라마 ‘미생’의 인기가 심상치 않다. 공개 3주 만에 누적 조회수 150만 건을 넘겼다. 특히 이 드라마는 남성 직장인들 사이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끌어내고 있다. 과거 선배 직장인들이 ‘무 대리’와 같은 스포츠신문 만화 업데이트를 기다리던 시절의 분위기와 유사하다.

동명의 원작 웹툰은 바둑 프로기사를 꿈꾸던 장그래가 입단에 실패한 뒤 종합상사 원인터내셔널에 비정규직 직원으로 취직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현실감 있게 그려 큰 인기를 모았다. 모바일 드라마의 인기에는 물론 누적 조회수 4억 건을 넘기며 사회 트렌드가 된 원작 웹툰의 영향이 크지만, 모바일 드라마는 원작과는 또 다른 느낌을 준다. 우선 살아있는 동영상이 주는 매력이 웹툰보다 훨씬 더 보편적이고 공감각적이다.

줄거리도 다르다. 모바일 드라마 미생은 원작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과거를 그린 프리퀄로 시작한다. 웹툰을 읽지 않은 사람들도 내용을 이해할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다. 한편으로는 등장인물의 과거에 대한 세심한 묘사를 통해 일명 ‘미생인’이라 불리는 원작 웹툰의 마니아 독자층도 끌어안고 있다.

기존 드라마·영화와 다른 형식은 앞으로 모바일 드라마라는 장르가 어떤 모습으로 진화해갈지 짐작하게 한다. 우선 이 드라마는 출퇴근 시간과 점심시간에 주로 콘텐츠를 접할 소비자 행태를 고려해 회당 방영시간을 10분 안팎으로 조절했다. 여기에 큼지막한 자막과 주인공의 얼굴을 클로즈업한 카메라 앵글이 자주 등장한다. 모바일 기기로 이 영상 콘텐츠를 접하는 이용자의 여건을 고려한 요소다. 미생을 제작 지원한 다음커뮤니케이션은 “모바일의 힘을 통해 원작의 메시지를 더 많은 사람과 공유할 것”이라고 밝혔다.

모바일 드라마는 해외에서도 새로운 장르로 자리 잡고 있다. 가입자 수 2700만 명인 미국의 스트리밍 기업 넷플릭스가 만든 드라마 ‘하우스 오브 카드’는 유명 영화감독인 데이비드 핀처가 연출하고, 1시즌 에피소드 13편을 같은 날 동시에 온라인을 통해서만 공개했다는 점에서 큰 화제를 모았다.

온라인을 통해 공개된 드라마는 모바일에 최적화된 화면 구성을 갖추고, 주인공이 직접 카메라를 보고 이야기하는 장면처럼 기존 드라마나 영화에서는 잘 보지 못한 앵글을 선보였다. 이에 대해 넷플릭스 측은 “이동 중 시청이 많을 수밖에 없는 모바일 드라마의 특성상 주인공과 시청자들의 시선을 계속 이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기술에 따라 놀거리도 변한다.

한정훈 채널A 기자 existen@donga.com
#모바일드라마#미생#웹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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