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골이 밝힌 ‘나기봉씨 실종사건’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6월 20일 03시 00분


코멘트

8년만에 발견된 시신서 명함 나와
2009년 강제추방 중국인 범행 규명… 영장 발부 받아 인터폴에 공조 요청

2005년 6월 울산에서 발생한 ‘나기봉 씨(당시 45세) 실종사건’은 불법체류 조선족 중국인이 저지른 살인사건으로 드러났다.

19일 울산 남부경찰서에 따르면 4월 26일 경북 경주시 외동읍 방어리의 한 야산에서 나물을 캐던 주민이 백골 상태의 시신을 발견해 경주경찰서에 신고했다. 발견 당시 시신은 돗자리에 싸여 전깃줄로 묶여 있었다. 경찰은 시신의 바지에서 2005년 6월 5일 울산남부경찰서에 실종 신고된 나기봉 씨(당시 한전기공 정비기술자)의 명함을 발견했다.

울산남부경찰서는 나 씨가 마지막으로 목격된 장소가 실종지역 인근의 노래방인 것을 최근 확인하고 당시 나 씨와 함께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는 40대 여성 A 씨를 조사했다. 조사 결과 울산으로 출장을 온 나 씨는 2005년 6월 3일 오전 2시 50분경 동료 한 명과 함께 울산 남구 야음동의 한 노래방에 갔다가 우연히 그곳에 손님으로 와 있던 A 씨와 이야기를 나누게 됐다. 동료는 먼저 집으로 돌아갔고 나 씨와 A 씨는 30분 뒤 A 씨가 노래방 인근에서 운영하는 술집으로 자리를 옮겨 술을 마셨다. 그때 주점 안에 있던 중국인 Y 씨(48)가 나 씨와 말다툼을 벌이다가 흉기로 나 씨를 찔러 숨지게 했다고 경찰은 밝혔다. A 씨와 Y 씨는 내연관계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A 씨는 Y 씨의 요구로 지인에게서 차량을 빌려와 Y 씨와 함께 방어리 야산에 시신을 묻었다.

경찰은 2005년 당시 나 씨와 함께 있었던 A 씨를 조사했지만 실종 사건이어서 특이한 혐의점을 발견하지 못했다. 이후 올해 4월 시신이 발견되면서 다시 A 씨를 조사해 범행 일체를 자백받았다. 하지만 사체은닉 혐의는 공소시효(7년)가 2012년 6월 3일자로 만료돼 처벌하지 못하고 석방했다고 밝혔다.

Y 씨는 2009년 4월 불법체류 사실이 드러나 중국으로 추방된 상태다. 경찰은 살인사건 공소시효(15년)가 남은 Y 씨를 체포하기 위해 최근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인터폴을 통해 중국에 국제 공조수사를 요청한 상태다.

나 씨가 실종된 뒤 당시 한전기공 직원과 가족 등 2000여 명이 울산에서 나 씨 찾기에 나서기도 했다. 경찰은 나 씨의 신용카드 사용 명세와 휴대전화 위치 추적을 통해 찾아 나섰지만 성과가 없어 8년간 미제사건으로 남아 있었다.

울산=정재락 기자 raks@donga.com
#나기봉#실종사건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