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다시 하락… “부동산 살리기 시동 걸다가 기름 떨어져”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6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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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달만에 약발 떨어지는 4·1 대책

“4·1부동산대책 효과는 벌써 끝났습니다. 지난달 8억 원을 웃돌던 전용면적 52m² 개포주공 아파트가 지금 7억4000만 원까지 떨어졌어요. 장마철 비수기가 되면 거래가 아예 끊길 것 같네요.”(서울 강남구 개포동 H공인 대표)

“아파트에서 50m 떨어진 곳에 대규모 공원이 들어선다고 해서 이사 왔는데 갑자기 정부가 임대주택을 짓는다니요. 주민의 행복과 재산권을 철저히 무시한 처사 아닙니까. 끝까지 행복주택에 반대할 겁니다.”(서울 노원구 공릉동 장미건영 아파트 주민 박종수 씨)

새 정부의 주요 부동산 대책이 교착 상태에 빠졌다. 주택경기 활성화를 위해 세금, 금융, 주택공급 제도를 망라한 ‘종합 패키지’로 내놓았던 4·1대책은 일부 정책이 미뤄진 채 약발이 떨어지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핵심 주거복지 공약인 ‘행복주택 프로젝트’도 주민 반대라는 암초에 부닥쳐 추진이 쉽지 않다.

3월 12일 취임한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은 “취임 100일 내 주요 정책을 모두 내놓겠다”고 밝히며 정권 초기에 ‘승부를 보겠다’는 의욕을 불태웠지만 시장에서는 하반기 주택경기가 다시 침체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잇따르고 있다.

○ 반짝 살아났다 다시 침체된 주택시장

4·1대책 이후 수직증축 리모델링 기대감이 겹치며 활기를 되찾았던 경기 성남시 분당구 일대 부동산중개업소는 요즘 뜨거운 여름 날씨와 달리 썰렁한 분위기가 가득하다. 이달 6일 수직증축 리모델링 세부 방안이 나왔지만 집값은 되레 떨어졌다.

대표적 리모델링 추진 단지인 정자동 느티마을 전용 59m²는 4·1대책 직전 3억9000만 원에서 5월 중순 4억5000만 원에 팔렸지만 지금은 거래가 뚝 끊겼다. 정자동 중앙공인 유시희 대표는 “수직증축 허용으로 리모델링 주민 분담금이 줄어드는 만큼만 집값이 반짝 상승한 뒤 거래가 실종됐다”며 “사는 사람이 세제 혜택을 볼 수 있는 1가구 1주택 소유의 집도 저가 매물이 팔린 뒤 찾는 사람이 없다”고 전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가는 4·1대책이 효과를 보면서 4월 1일부터 8주째 상승세를 보였다. 하지만 5월 마지막 주부터 하락세로 돌아서 3주째 약세를 보이고 있다. 상승세를 주도했던 강남 재건축 단지의 하락세가 이달 들어 일반 아파트로 번지면서 6월 첫 주 서울 25개 구 가운데 20개 구의 집값이 떨어졌다.

통계상으로는 전국 주택 거래건수가 4월 7만9503건, 5월 6만8047건으로 각각 전년 동월 대비 17.5%, 32.5% 늘었다. 이는 7월부터 취득세 감면 혜택이 사라지기 때문에 수요자들이 주택 구입을 앞당긴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됐다. 이남수 신한은행 부동산팀장은 “5월 중순 이후부터 거래되는 대부분 주택이 취득세 감면 종료를 앞두고 급하게 나온 싼 집”이라며 “여름 비수기와 맞물리면 거래가 끊기는 ‘거래 절벽’이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 사회갈등에 부닥친 행복주택

새 정부의 행복주택 프로젝트도 출발부터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정부는 지난달 20일 서울 6곳과 경기 안산시 1곳 등 수도권 7곳의 철도 용지와 유수지에 임대료가 주변의 절반 수준인 공공임대 아파트 1만50채를 짓겠다고 발표했다. 10월경 지방 대도시가 포함된 2차 사업지를 추가로 발표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정부 발표가 나오자마자 해당 지역 주민들은 행복주택 건립에 반대하는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렸으며, 자치구도 반대 입장을 공식 전달하며 주민 의견에 동의하고 있다.

14일 오후 서울 노원구 공릉동 장미건영 아파트에서 열린 입주자 총회에는 주민 100여 명이 참석했다. 평소 15명 안팎이 참석하는 것과는 딴판이었다. 공릉동 경춘선 폐선(복선철도 신설에 따라 폐쇄된 기존 노선) 터에 들어서는 행복주택에 대해 주민 의견을 모으는 날이었기 때문이다. 주민들은 이날 “정부의 행복주택 건설을 끝까지 반대하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대다수 자치구와 주민들은 한목소리로 “행복주택 자체에 반대하는 게 아니다”라며 “정부가 지자체와 사전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사업지를 결정한 뒤 밀어붙이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 “하반기 부동산 추가대책 필요”

전문가들은 4·1대책의 효과가 하반기까지 이어지기에는 역부족인 것으로 보고 있다. 두성규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4·1대책으로 부동산 경기 활성화의 시동만 걸다가 기름이 떨어져버린 모양새”라며 “급격하게 주택 매수심리가 식고 있다”고 우려했다.

일부는 하반기에 차츰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는 낙관적인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전문위원은 “취득세 감면이 끝나도 거래 절벽까지는 가지 않을 것”이라면서 “휴가철 비수기가 지나고 9월부터 거래가 조금씩 살아날 수 있다”고 말했다.

하반기 상승 동력을 이어가려면 정부가 어떤 조치를 내놓아야 할까. 고성수 건국대 교수(부동산학)는 “경기가 살아나지도 않았는데 정부가 취득세 감면 연장을 안 하겠다고 하니 시장에서는 정부 의지에 의구심을 품을 수밖에 없다”며 취득세 감면 연장을 주문했다.

정부가 4·1대책 발표 때 내놓았던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 분양가 상한제 탄력 적용도 하루빨리 시행되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김용순 LH토지주택연구원 부동산경제연구단장은 “새로운 대책을 내놓기보다는 4·1대책에 포함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 분양가 상한제 탄력 적용, 수직증축 허용 등을 신속히 추진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밝혔다.

박재명·장윤정·정임수 기자 jmpark@donga.com
#부동산#집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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