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지금 떠나요]뱃길 24km 절경속엔 6·25의 상흔이…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6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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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천 파로호-평화의 댐

파로호를 따라 화천군 간동면 구만리에서 평화의 댐까지 운항하는 물빛누리호. 매주 토·일요일과 공휴일 하루 두 차례 왕복한다. 화천군 제공
파로호를 따라 화천군 간동면 구만리에서 평화의 댐까지 운항하는 물빛누리호. 매주 토·일요일과 공휴일 하루 두 차례 왕복한다. 화천군 제공
‘깰 파(破), 오랑캐 로(虜).’ 강원 화천군 ‘파로호(破虜湖)’는 이승만 전 대통령이 지은 이름이다. 6·25전쟁 당시 국군이 중공군과 북한군 수만 명을 무찌른 것을 기념하는 의미에서 파로호로 명명했다고 한다. 파로호는 이름부터 ‘전쟁의 상흔’을 간직한 셈이다. 하지만 파로호는 화천 9경(景) 가운데 제1경으로 꼽힐 정도로 아름다운 경치를 자랑한다.

파로호 상류에는 남북 분단의 상징물이 된 ‘평화의 댐’이 있다. 북한의 수공(水攻)에 대비해 만들었지만 위협이 부풀려졌다는 이유로 논란이 되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평화의 댐은 안보 관광지로 관광객의 발길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 물빛누리호 타고 파로호 유람할까

평화의 댐은 화천읍 동촌리와 양구군 방산면 천미리에 걸쳐 있다. 화천읍내에서 구불구불한 편도 2차로를 따라 30분 정도 걸린다. 최근에는 배를 타고 평화의 댐까지 가는 코스가 인기를 끌고 있다. 매 주말이나 법정공휴일에 화천군 간동면 구만리 선착장에서 평화의 댐까지 24km를 운항하는 ‘물빛누리호’다. 110명에 승용차 6대를 실을 수 있고 소요시간은 80분. 도로를 달리며 파로호 경관을 보는 것과는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지난해에는 8800여 명이 물빛누리호에 탑승했다.

평화의 댐 바로 옆에는 2009년 조성된 ‘평화의 종 공원’이 있다. 이곳에 설치된 평화의 종은 높이 5m, 폭 3m, 무게 37.5t에 이른다. 이 종은 화천군이 전쟁의 상흔을 치유하고 화천을 평화의 땅으로 알리기 위해 제작했다. 평화의 종을 세계 분쟁지역 30개국에서 수집한 탄피와 종을 녹여 만든 것도 이 같은 의미가 포함돼 있다. 타종하려면 1인당 500원을 내야 하는데 화천군은 이 수익금을 에티오피아 6·25전쟁 참전용사 자녀들을 돕는 데 사용한다.

평화의 종 옆에는 김대중 전 대통령을 비롯해 달라이 라마, 미하일 고르바초프 등 노벨평화상 수상자들의 핸드프린팅이 전시돼 있다. 올해 1월 아웅산 수지 여사의 핸드프린팅이 12번째로 제작됐다. 이 밖에도 평화의 종 공원에는 29개국에서 보내 온 종들이 전시돼 있고 울림·평화의 정원 등이 조성돼 있다.

○ 청정의 땅 비수구미에서 쉬어볼까

평화의 댐에서 1.6km 떨어진 곳에 청정의 땅 ‘비수구미’가 있다. 계곡을 따라 원시림과 넓은 바위가 밀집해 휴양과 낚시를 즐기기에 좋다. 비수구미에는 차량용 도로가 개설돼 있지 않아 차로 들어갈 수 없다. 배를 이용하거나 걸어서 들어가야 하는 불편이 따르지만 사람의 손을 타지 않은 자연과 한가로운 마을 풍경 등 ‘느림의 미학’을 느껴볼 수 있는 공간이다. 이 밖에 평화의 댐 인근에는 물과 댐에 관한 다양한 자료를 볼 수 있는 물문화관과 국민 가곡 비목의 고장임을 알리는 비목공원, 파로호의 전경을 한눈에 볼 수 있는 해산전망대, 월하 이태극 선생의 얼을 기리는 월하문학관이 자리 잡고 있다.

서울이나 춘천에서 평화의 댐을 가려면 대부분 화천읍을 거쳐야 하는데 경치가 뛰어난 산소길을 걷거나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 볼 만하다. 특히 인공폭포∼대이리 레저도로∼꺼먹다리∼딴산∼폰툰다리∼화천대교 등으로 이어지는 4.5km 수변코스가 백미로 꼽힌다. 이 가운데 폰툰다리는 폰툰(밑이 평평한 작은 배)을 물 위에 띄워 연결한 다리로 총연장 1km이며 폭은 2.5m다. 주말과 휴일이면 자전거 동호인들의 방문이 이어진다.

화천에 들렀다가 민물회나 매운탕, 막국수 맛을 보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재미다. 파로호 주변에는 민물고기 음식점이 밀집해 있고 막국수 집에서는 여름철 별미인 초계탕을 내놓는 곳도 있다. 맛집에 대한 정보는 화천군 관광정보 사이트(tour.ihc.go.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21∼23일 평화의 종 공원과 붕어섬 등지에서는 제2회 세계 평화안보문학축전이 열린다. 또 다음 달 13일에는 평화의 종 공원에서 세계평화위령제 및 평화위령탑 건립 선포식이 이어진다. 김세훈 화천군 관광정책과장은 “물빛누리호 운영 등 관광객을 위한 시설이 생기면서 파로호와 평화의 댐을 찾는 관광객의 발길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며 “관광과 안보 교육을 겸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
#파로호#평화의 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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