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충남]꽃게잡이 폐그물, 바닷속 생태계 숨통 조인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6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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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바다용 1km크기 닻자망 피해 심각
대부분 1회용… 그물 버리기 일쑤
단속 어렵고 보상금 적어 수거 안돼

충남 서해 바다에서 꽃게잡이 조업 중인 한 어민이 거둬올린 그물에서 꽃게를 일일이 분리해내는 작업을 하고있다. 태안=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충남 서해 바다에서 꽃게잡이 조업 중인 한 어민이 거둬올린 그물에서 꽃게를 일일이 분리해내는 작업을 하고있다. 태안=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이게 바로 ‘죽음의 덫’이오. 바다를 오염시키고 새끼 꽃게까지 죽이는….”

4일 오전 6시경 충남 태안군 남면 앞바다. 꽃게잡이 절정기를 맞아 10여 척의 어선이 2, 3일 전 던져 놓은 그물을 걷어 올리고 있었다. 길이 30∼40m, 폭 2m 안팎의 자망에는 크고 작은 암꽃게들이 줄줄이 올라왔다. 1시간쯤 조업이 진행될 무렵 그물을 걷어 올리는 기계(롤러) 작동이 힘겨워 보였다. 뭔가 묵직한 게 걸린 듯했다. 어민 김모 씨(61)가 건져 올린 것은 다름 아닌 또 다른 꽃게잡이의 뻗침대 그물. 일명 ‘닻 자망’이다. 바다에 마구잡이로 버려진 채 조류를 따라 연안까지 휩쓸려온 것. 어민들이 보여주는 닻 자망에는 새끼 꽃게와 작은 물고기들이 죽은 채 매달려 있었다.

○ 무분별한 그물 투기 성행

버려진 꽃게 그물이 바다 오염과 생태계 파괴의 주범이 되고 있다. 꽃게잡이 그물은 크게 닻 자망과 안강망, 자망 등 3가지로 나뉜다. 이 중 닻 자망은 주로 먼바다에서 꽃게를 잡을 때 사용하는 그물. 큰 것은 길이 1km, 폭 200∼300m에 이른다. 수면에서 1∼3m 깊이에 뜨도록 설치한 뒤 조류에 따라 움직이는 꽃게를 잡는 방식이다. 바다 바닥에 설치하는 안강망이나 낮은 수심에서 고정식으로 잡는 자망에 비해 수확량이 월등히 많다. 강화도와 연평도 등에서 활용되던 이 방식은 2, 3년 전부터 충남과 호남지역에 등장했다. 이날도 닻 자망 어선이 잡은 꽃게의 위탁 판매량은 척당 2t에 달했다.

문제는 값싼 일회용 그물을 사용하고 있다는 것. 김 씨는 “그물을 거둬 올린 뒤 선상에서 일일이 꽃게와 그물을 분리해야 하지만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는 이유로 새끼 꽃게는 그물과 함께 바다로 버리기 일쑤”라고 전했다. 값싼 중국산 닻 자망이 대량으로 수입돼 새끼 꽃게를 분리하는 비용보다 그물과 함께 바다에 버리는 게 훨씬 경제적이라는 거였다. 이 때문에 그물에 걸린 새끼 꽃게들은 움직이지 못해 죽고 만다.

○ 현실적으로 단속하기 어려워

닻 자망의 해양 불법 투기는 해양 오염과 함께 심각한 생태계 파괴 요인이 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 새벽과 밤늦게 조업이 이뤄지고 있어 단속하기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충남도 관계자는 “수협 등과 합동으로 어민들을 대상으로 지도단속과 교육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면서도 “망망대해에서 조업이 이뤄지기 때문에 그물의 불법 투기를 적발하기란 쉽지 않다”고 고민을 털어놓았다.

수협 등에서는 폐그물 등을 수거해 올 경우 보상금을 지급하고 있으나 액수가 너무 작아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한 어민은 “폐그물을 수거해 가져와도 보상비는 kg당 500원 안팎으로 꽃게 다리 한 개 값도 안 된다”고 말했다.

충남도는 3월 충남 연안에서의 뻗침대 그물 사용을 제한하는 방안을 추진했으나 어민들이 경기도와의 형평성을 제기하며 반발해 시행하지 못했다. 충남지역에는 현재 50여 대의 닻 자망 어선이 조업하고 있으며 서해 연안에는 모두 100척 이상이 될 것으로 추정된다.

이와 관련해 국립수산과학원 관계자는 “자연적으로 녹는 생분해 그물을 사용하도록 지원하거나 사용한 그물을 의무적으로 수거하도록 한 뒤 확인하는 방법 등이 검토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태안=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태안군 남면 앞바다#폐그물#바다 오염#생태계 파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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