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車보다 사람… 육교 철거하고 횡단보도 설치를”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5월 30일 03시 00분


코멘트

울산 시의원 제안 등 여론 확산… 장애인 이용 불편에 무단횡단 사고 잦아
운전자 시야 가려 교통사고 부르기도

울산지역에 많은 비가 내린 28일 오후 3시경 남구 신정동 신정초등학교 옆 봉월로. 우산을 쓴 초등학생 10여 명이 차량 통행이 뜸한 틈을 타 왕복 4차로를 마구 건넜다. 학생들이 무단 횡단한 도로에서 불과 10여 m 떨어진 곳에 육교가 있지만 이를 이용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초등학생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무단 횡단하는 모습이 자주 눈에 띄었다. 집과 가게가 이 도로를 사이에 두고 있다는 이모 씨(58)는 “육교로 오르내리기 힘들어 위험을 무릅쓰고 도로를 건넌다”며 “이용이 편리한 횡단보도가 설치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씨처럼 육교 철거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육교는 보행자의 편의보다는 차량 흐름을 원활하게 하기 위한 교통시설물이라는 것. 최근 보행자는 물론이고 장애인과 자전거 이용자가 늘어나면서 “육교를 철거하고 평면 횡단보도를 설치하자”는 주장이 잇따르고 있다.

울산시의회 안성일 의원은 29일 서면질의를 통해 울산시에 이런 제안을 했다. 안 의원은 “육교가 보행자, 특히 장애인들에게 걸림돌로 인식되고 있어 이용이 번거롭다”며 “특히 육교가 있는 곳은 횡단보도 설치가 제한돼 무단 횡단이 잦고 사고 위험도 높다”고 지적했다. 이어 “육교를 철거한 자리에는 밤에도 식별이 용이한 발광다이오드(LED) 시설 유도 시스템을 도입한 평면 횡단보도를 설치하면 안전에도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도로교통법상 횡단보도 간 이격거리는 200m 이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육교도 횡단보도로 간주하기 때문에 육교가 있는 곳 양쪽 200m 이내에는 평면 횡단보도를 설치할 수 없다.

울산시내 육교는 총 16곳, 지하차도는 7곳. 이 가운데 남구 옥동 울주군청 사거리의 육교는 우회전하는 차량 운전자의 시야를 가린다. 이 때문에 지난해 교통사고가 18건이나 발생했다. 문수로 대흥교회 앞 육교는 교회 신도들과 중앙병원 환자들이 이용하기에 불편하다. 특히 이 육교 때문에 인접한 공업탑 로터리 지하보도는 무용지물이다. 울산 어울길 4구간의 북구 중산동 이화마을 육교 역시 이용하기 불편하다.

시가 올 3월 조사한 결과 자치단체와 주민 대부분은 육교 철거에 찬성했다. 일부 초등학교 학부모들은 반대했지만 경찰도 육교 철거에 반대하지 않고 있다. 울산지방경찰청 교통계 관계자는 “육교가 철거되면 평면 횡단보도를 설치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울산시청 정문 앞에 있던 육교는 2005년 철거했다. 그 대신 주변에 횡단보도 2곳을 만들었다.

정재락 기자 raks@donga.com
#육교#횡단보도#무단횡단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