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성남시 공무원, LH직원과 맞붙은 까닭은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5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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市의 재개발 요구, LH가 거부하자… 현장조사 명목 공무원 집단 파견
LH 사옥 정문서 400여명 대치

22일 오전 10시경 경기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 LH 사옥 정문에서 수백 명의 사람이 건물 출입을 놓고 실랑이를 벌였다. LH로 진입하려는 사람들은 성남시 소속 공무원 80명이었다. 이를 가로막은 건 300여 명의 LH 직원들이었다. 경찰은 혹시 모를 불상사에 대비해 2개 중대 200여 명이 주변에서 대기 중이었다. 시 공무원들은 LH 본사 사옥과 시설물의 건축, 위생, 도로, 공원, 광고물, 복지 등 6개 분야에 대한 현장조사를 벌여 불법이 적발되면 행정처분을 하겠다고 나선 것. 공무원이 공무집행을 위해 찾아온 것을 공기업 직원이 막는 이례적인 일은 도대체 왜 벌어진 것일까.

사건의 발단은 LH가 판교신도시 백현마을 국민임대 단지 3593채 중 1개 단지 1869채를 일반에 임대 공급한다고 21일 입주자 모집 공고를 내면서다. 이 단지는 원래 성남시 2단계 재개발사업구역(금광1, 신흥2, 중1)의 가옥주와 세입자를 위해 지은 이주용으로 2009년 준공됐다.

하지만 LH는 2008년 이후 경제 위기와 부동산 경기 침체로 전국적으로 개발 사업을 축소하는 과정에서 성남 2단계 개발을 무기한 보류했고 이주단지는 4년간 유령 아파트로 방치돼 왔다. 단지 주변 주민들은 우범지대가 될 것을 우려했고, 상가를 분양받은 사람들은 생계가 막막하다며 대책 마련을 요구해 왔다. 빈 아파트의 유지관리비 등으로 현재까지 150억 원이 쓰였다. LH 측은 판교 이주단지를 일반에 임대하고 대신 성남 2단계 재개발이 재개되면 위례신도시에 이주단지를 새로 지어 주겠다고 제안했지만 성사되지 못했다.

성남시는 성남 2단계 재개발 재개를 위해 1320억 원을 무이자로 융자해 주고 대신 미분양 아파트가 생기면 LH가 인수하는 조건으로 사업 착수를 요구했지만, LH는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결국 LH가 21일 판교 이주 단지를 일반에게 임대하겠다고 나서자 성남시가 다음 날 공무원을 보내 LH 조사에 나선 것.

LH 측은 “현장조사의 경우 조사원 성명과 직위, 조사범위 등을 조사 7일 전에 제시해야 하는데 그런 통보 없이 공무원이 갑자기 몰려온 것은 실제 조사라기보다 재개발을 압박하는 퍼포먼스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성남시는 LH가 공무집행을 방해하고 있다며 다음 달 10일까지 매일 LH를 찾아 현장조사를 실시하겠다고 LH에 통보했다.

남경현 기자 bibulus@donga.com
#성남시#L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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