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일자리 내비게이터]대학, 취업멘토가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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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3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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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명여대
2월 졸업과 동시에 인터넷보안서비스 기업인 KTIS에 입사한 김혜진 씨(숙명여대 경영학과 08학번)는 2학년 때까지만 해도 여느 대학생과 다를 바 없는 생활을 했다. 진로에 대해 깊이 고민해보지 않았고 취업을 위해 구체적으로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도 몰랐다.

그러던 김 씨가 성공 취업의 길로 들어선 경로는 3학년 때 학교 취업경력개발원을 방문한 것이었다. 그는 이곳에서 취업 프로그램 중 하나인 진로적성검사를 받아본 것을 계기로 기업 최고경영자(CEO) 특강, 자기소개서 첨삭 프로그램, 채용 설명회 등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기 시작했다.

김 씨는 “처음엔 취업 준비가 뭔지 몰랐는데 나중에는 취업동아리 회장까지 맡을 정도로 윤곽이 잡히더라”며 “이곳에서 함께 공부할 친구와 선생님을 만나서 정보를 나누고 면접 등 실전 준비를 한 것이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대학 졸업 후 몇 년씩 이른바 취업 준비생을 면치 못하는 일이 다반사인 요즘 대학들은 김 씨 같은 취업성공 사례를 더 많이 만들기 위해 학교가 보유한 모든 역량을 쏟아 붓다시피하고 있다.

대학의 맞춤형 취업지도


2000년대 중반 이후 대학을 평가하는 각종 지표에서 취업률이 큰 비중을 차지하면서 대학들은 경쟁적으로 취업지원 프로그램을 늘려왔다. 3∼4년 전까지만 해도 관련 직원이나 예산 등 양적인 성장을 주력했다면 요즘은 질적인 성장까지 고민하는 것이 달라진 점이다. 취업의 질을 높이기 위해 고민하고 취업 준비과정에서 학생들이 겪는 애환을 해결해주려는 시도가 늘어나고 있다.

예전에는 대학들이 주로 졸업반 학생들을 대상으로 토익이나 면접 관련 교육을 하는 데 그쳤지만 요즘은 1학년 때부터 진로와 취업 준비를 위한 로드맵을 제시하는 쪽으로 변화하는 것도 대세가 됐다. 학생 개개인의 특성을 살펴 그에 맞는 취업경로를 뚫어주는 맞춤형 지도가 이뤄지는 것이다.

노영화 성신여대 경력개발센터 팀장은 “대학들이 저학년 단계부터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취업교육시스템을 구축해 나가는 추세”라며 “학생들도 취업을 당장 앞둔 시기보다는 하루라도 빨리 경력개발센터를 일찍 이용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고 밝혔다.

진로 직업 미래설계와 관련된 교과목을 아예 교양필수 과목으로 지정하는 학교도 많다. 이에 따라 3, 4학년 교과목에는 전공을 불문하고 실전 취업준비용 강의가 눈에 띄게 늘어나는 추세다.

취업 준비생의 관심사와 적성을 파악하기 위해 전문 인력을 채용하는 대학도 생겨나고 교수와 직원이 전담 학생을 정해 4년 내내 이력을 관리하는 대학도 늘어나고 있다. 대학이 재학생들의 취업 멘토 기능을 수행하는 셈이다.

될성부른 나무, 아낌없이 투자한다

최근 대학가에서는 실력과 열정이 남다른 재학생을 집중적으로 육성하는 프로그램이 늘어나는 추세다. 이른바 ‘괜찮은 일자리’가 점점 줄어들고 있어 소수정예의 엘리트를 육성하는 시스템이 절실하다는 전략적 판단에 따른 것이다.

CJ엔터테인먼트 매체사업본부에 일하는 임찬영 씨가 대표적인 사례다. 서울과학기술대 매체공학부 출신인 임 씨는 이 대학이 해마다 학점과 영어가 우수한 3학년생 100명씩을 뽑아 3주간 집중적으로 교육하는 리더스프로그램에 2기로 참여했다. 그는 3학년 때까지는 막연히 취업준비를 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렸지만 리더스프로그램을 통해 자신과 잘 맞는 회사를 선별하게 됐고 또 그 회사들에 합격하기 위해 집중해야 할 스펙들을 파악하게 됐다.

임 씨는 “리더스프로그램에서는 입사부터 실무를 하는 전 단계를 시뮬레이션해 볼 수 있는 교육이 이뤄진다. 취업 단계뿐만 아니라 사회생활을 하면서도 계속 유용하게 쓸 수 있는 교육이 이뤄진다”고 평가했다.

서울 중상위권 사립대의 한 취업지원 담당자는 “중위권 대학 학생들 사이에는 대기업이나 공기업은 SKY(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출신이 아니면 못 간다는 열패감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이런 고정관념을 깨고 성공 사례를 늘리기 위해 될성부른 학생은 떡잎 때부터 집중적으로 키운다”고 전했다.

졸업생도 함께한다

재학생 취업 지원에만 집중하던 대학들이 최근에는 졸업생의 취업에까지 관심의 폭을 넓히는 것도 긍정적인 변화다. 기존에는 졸업생을 대상으로 한 교육부의 취업률 조사가 한 차례 끝나고 나면 졸업생은 학교의 관심 밖으로 밀려나기 일쑤였다. 하지만 갈수록 취업 대기 기간이 길어지면서 대학들은 졸업생 관리에도 신경을 쓰는 추세다.

상당수 대학이 졸업 후에도 학교의 도서관이나 취업정보센터 같은 인프라를 이용할 수 있도록 배려해 준다. 특히 상반기 취업 시즌에 대비해 6월 정도까지는 학교가 직접 졸업생을 위한 취업 강의를 운영하는 학교도 있다. 면접 연습이나 자기소개서 교정은 물론이고 취업용 메이크업 강의를 해주는 학교도 있을 정도로 구석구석 세심하게 배려한다.

취업에 성공한 졸업생의 네트워크를 잘 다져서 재학생의 멘토로 활용하는 것도 최신 트렌드다. 취업에 성공한 졸업생들을 학교로 불러 취업 특강을 하기도 하고 이들이 재직 중인 회사에 재학생을 보내 기업탐방 기회를 주기도 한다.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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