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식사수발서 목욕까지… 딸같은 간호사, 고마워요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3월 11일 03시 00분


■ 간호사가 24시간 간병 ‘안심병원’ 가보니

서울 중랑구 신내동 서울의료원에서 간호사들이 환자의 옷을 갈아입혀준 뒤 대화를 나누고 있다. 이 병원의 환자안심병동은 1월부터 보호자나 간병인이 없이 간호사가 간병서비스를 전담한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서울 중랑구 신내동 서울의료원에서 간호사들이 환자의 옷을 갈아입혀준 뒤 대화를 나누고 있다. 이 병원의 환자안심병동은 1월부터 보호자나 간병인이 없이 간호사가 간병서비스를 전담한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양치질도 해주고, 대소변도 받아주고…. 간호사분들이 우리 며느리보다 나아요.”

5일 서울 중랑구 신내동의 공공병원인 서울의료원 92병동 내 한 병실. 입원 중인 김명자 씨(60·여)가 벨을 누르니 금방 간호사가 달려왔다. 옷이 더러워졌다고 말하니 친절하게 옷을 갈아입혀 주고 말벗도 해 준다. 손을 잘 쓰지 못하는 다른 환자를 위해서는 양치질까지 도와준다. 다른 병원 같으면 보호자나 간병인이 해야 할 일. 하지만 이 병원에는 보호자나 간병인이 없다. 1월 17일 서울의료원이 시작한 보호자가 필요 없는 ‘환자안심병원’의 모습이다.

지난달 머리의 혹을 제거하는 수술을 받은 김 씨는 입원을 앞두고 걱정이 많았다. 그는 “예전에 다른 병원에 입원했을 땐 직장생활과 육아에 바쁜 자녀들이 번갈아 병실을 지켰다”며 “애들이 고생하는 게 안쓰러워 간병인을 둘까 생각도 했지만 비용이 월 200만 원이나 돼 포기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간호사가 간병까지 전담하는 ‘환자안심병원’에 입원하면서 김 씨의 고민은 사라졌다. 김 씨는 “예전에 다른 병원에선 간호사를 몇 번 불러도 잘 오지 않았는데 지금은 부르면 바로 볼 수 있어서 좋다”며 “간호사들이 환자 목욕을 시켜주고 식사를 도와주는 것은 물론이고 대소변도 받아주는 것을 보고 문병 왔던 자식들도 안심하고 돌아가더라”고 말했다.

서울의료원은 현재 전체 623병상 가운데 180병상을 환자안심병동으로 운영하고 있다. 환자안심병동을 이용하는 환자는 진료비 이외에 간병 서비스 비용은 지불하지 않아도 된다. 서울시는 이 사업에 올해 36억 원의 예산을 투입했다. 서울의료원은 간호사 79명을 신규 충원해 간호사 1인당 환자비율을 평균 17명에서 7명으로 대폭 줄여 선진국(미국 5명, 일본 7명) 수준에 맞췄다.

간호사 1명이 환자 7명을 전담한다. 주사, 드레싱뿐만 아니라 가래 뽑기, 식사 및 운동 보조, 욕창 간호 등의 간병서비스까지 제공한다.

다수의 환자들에게 혜택을 주기 위해 의사의 판단에 따라 입원기간이 짧은 급성 질환 중심으로 입실 대상자를 선정한다. 구체적으로는 △응급환자 △입원예약 접수일자가 빠른 환자 △의료급여 대상, 장애인, 가족이 없는 환자 순이다. 입원일부터 15일 동안 서비스를 받을 수 있으며 의사의 판단에 따라 1주일 연장할 수 있다. 다만 소아, 산모, 정신질환자, 보호자 상주가 필요한 환자 등은 의사의 판단에 따라 이용이 제한된다.

심선숙 수간호사는 “전인적인 간호와 간병을 하다 보니 환자들과 더 친해지고 성취감도 느낀다”며 “예전보다 환자들의 불만이나 호통이 많이 줄었다”고 웃었다. 심 간호사는 “담당하는 환자 수는 줄었지만 업무량이 많아져 훨씬 힘들어진 것에 대한 보상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시는 필요 예산, 적정 간호인력 등을 검토한 뒤 환자안심병원을 다른 시립병원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김민기 서울의료원장은 “많은 시민이 시립병원을 ‘저소득층만 진료하는 곳, 의료서비스 수준이 낮은 곳’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며 “환자안심병원 등 선도적인 서비스를 제공해 환자들의 만족도를 높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시립병원의 공공성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을 5월 중 발표할 계획이다. 특히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13개 시립병원을 네트워크로 묶어 운영비 절감, 교육의 효율화 등을 꾀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서울의료원을 핵심병원으로 수직계열화하거나 일본 도쿄(東京)도처럼 시립병원을 총괄하는 병원경영본부를 신설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김재영 기자 redoot@donga.com
#간호사#안심병원#서울의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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