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화성사업장 불산 누출… 수리업체 직원 1명 사망-4명 부상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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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라인 연결 밸브 새 10L 정도 누출 추정
삼성, 25시간 동안 쉬쉬… 즉시 신고 규정 어겨

반도체를 생산하는 삼성전자 화성사업장에서 불산 희석액을 담아 놓은 탱크 밸브에서 누수가 발생해 이를 수리하던 전문업체 직원 1명이 숨지고 4명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28일 경찰과 삼성전자에 따르면 27일 오후 1시 30분경 경기 화성시 삼성전자 화성사업장 화학물질 중앙공급시설(CCSS) 건물의 불화수소 희석액을 보관한 저장탱크(500L)와 생산라인을 연결하는 밸브 개스킷에서 누수가 발생했다. 불산액이 바닥에 떨어졌고, 이를 작업장에 설치된 가스누출 경보기가 최초 인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에 불산을 공급하는 협력사 STI서비스 직원 5명이 현장에 나와 밸브 개스킷 교체 작업을 오후 11시경 마쳤지만 새로 교체한 밸브 개스킷에서도 계속 불산이 누출돼 재교체 작업에 들어가 28일 오전 5시 30분경 작업을 마무리했다. 그러나 마스크만 착용하고 방제복을 입지 않은 채 현장 정리를 하던 박모 씨(35)가 두 시간 뒤인 7시 30분경 목과 가슴의 통증을 호소해 곧바로 서울 한강성심병원으로 이송했으나 이날 오후 1시 55분경 숨졌다. 방제복 등 안전장구를 모두 갖춘 나머지 직원 4명은 경미한 호흡곤란으로 경기 수원 아주대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뒤 서울 한강성심병원에서 정밀검사를 받고 퇴원했다.

이날 사고가 발생한 화학물질 중앙공급시설은 반도체 칩을 생산하는 반도체 11라인 건물 바로 옆의 독립 건물로 케이블을 이용해 생산라인에 불산을 공급하고 있다. 불산은 물과 1 대 1로 섞인 희석액 상태로 탱크에 담겨 있다가 케이블을 통해 생산라인으로 옮겨져 반도체 칩을 세정하는 등의 용도로 사용된다. 사고 사실을 파악하고 현장에 나간 경기도 측은 “이날 누출된 양은 10L인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삼성전자 측은 사고 사실을 당국에 신고하지 않다가 박 씨가 한강성심병원에서 숨지자 관할 영등포경찰서에 사망신고를 했다. 이어 사고 발생 25시간여 만인 28일 오후 2시 40분경 경기도에 뒤늦게 통보한 것으로 드러났다. 유해화학물질관리법 40조는 불산이 누출되면 지방자치단체, 경찰, 소방서, 환경부 해당 지방청, 고용노동청 등의 기관에 즉시 신고하도록 돼 있다.

:: 불산(弗酸·불화수소산) ::

매우 짧은 시간 노출돼도 농도와 양에 따라 치명상을 입을 수 있는 맹독성 물질이다. 지난해 9월 경북 구미시에서 발생한 휴브글로벌 사고 때 현장 근로자들은 순간적으로 고농도 불산에 노출되면서 목숨을 잃었다.

화성=남경현 기자·김지현 기자 bibulus@donga.com
#불산 누출#삼성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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