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영상으로 거짓말 해선 안돼”… 언론인의 자질 배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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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1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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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 미디어스쿨 3, 4기

고려대 미디어스쿨 3, 4기 과정이 고교생 320명이 참가한 가운데 최근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사진은 11일 고려대 안암캠퍼스 미디어관에서 진행된 3기 수료식 단체사진.
고려대 미디어스쿨 3, 4기 과정이 고교생 320명이 참가한 가운데 최근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사진은 11일 고려대 안암캠퍼스 미디어관에서 진행된 3기 수료식 단체사진.
“아이스크림 가게에 갔습니다. 모두 처음 보는 이름이라 뭘 고를지 한참 고민합니다. 점원에게 한 숟가락 먹어볼 수 있는지 부탁합니다. 맛을 보니 아이스크림을 손쉽게 고를 수 있었습니다. 고려대 미디어스쿨은 기자란 직업을 맛보게 해준 소중한 기회였다고 생각합니다.”(3기 기자반 김윤진 양(17·전북 이리여고 1) 소감문 중)

지난해 12월 31일부터 이달 25일까지 서울 성북구 고려대 안암캠퍼스에서 진행된 ‘고려대 미디어스쿨’ 3, 4기가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고려대 미디어스쿨은 고려대 미디어학부와 동아일보 교육법인 ㈜동아이지에듀가 언론 관련 진로를 모색하는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여는 전공탐색 및 실무교육형 기자·PD·아나운서 아카데미다.

특히 이번 고려대 미디어스쿨에는 뚜렷한 진로와 목표를 가진 학생들이 참가해 열정으로 가득한 시간을 보냈다. 그들의 뜨거웠던 4주를 들여다보자.
3기 PD반 학생들이 영상촬영 실습하는 모습.
3기 PD반 학생들이 영상촬영 실습하는 모습.

‘제주-서울’ 통학… 전국 각지서 모인 미래의 기자, PD, 아나운서들

고려대 미디어스쿨 3, 4기에는 서울, 경기, 인천 지역을 비롯해 부산, 대구, 대전, 광주, 울산, 여수, 진도, 김해, 속초, 영월 등 전국 각지의 고교생 320명이 참가했다.

그중 제주도에서 서울까지 비행기를 타고 2주간 통학한 제주 대기고 1학년 안진홍 군(17)은 단연 화제였다. 4기 기자반인 안 군은 미디어스쿨이 열리는 날이면 오전 8시까지 제주공항으로 향했다. 김포공항에 도착한 뒤에도 공항철도 및 지하철을 2회나 갈아타서야 비로소 서울 안암동 고려대에 도착했다. 그야말로 ‘여정’이 아닐 수 없었다.

안 군은 “외국인 관광객으로 인해 일주일 전에 항공권을 예약해야 하는 등 어려움이 있었지만 ‘지금 안하면 후회할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면서 “고려대 교수님들로부터 직접 언론 관련 전공수업을 듣고 현직 기자들에게 ‘기사 쓰는 법’ ‘방송뉴스 제작방식’ 등을 배우니 진로에 대한 확신이 생겼다”고 말했다.

4기 아나운서반인 대구 동명고 2학년 김지송 양(18)은 미디어스쿨이 시작되기 2주 전 서울로 올라왔다. 매일 오전 6시에 일어나 방송뉴스 대본과 ‘나도 아나운서가 될 수 있다’ ‘스피치 트레이닝’ 등 아나운서 관련 도서를 읽으며 수업을 준비했다.

‘학업에 지장을 주지 않겠다’는 어머니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오후 10시까지 내신공부를 했다. 김 양은 “KBS 한석준 아나운서가 알려준 대로 책도 많이 읽고 꾸준히 발성, 발음, 호흡 훈련을 했다”면서 “반드시 9시 뉴스 앵커와 라디오 DJ가 될 것”이라며 웃었다.

추위도 이겨낸 서울 명동 취재


높은 수준의 결과물을 만들기 위한 학생들의 노력도 이어졌다. 서울의 아침 최저기온이 영하 16도까지 떨어진 4일. 3기 기자반인 임현희(18·경기 단원고 2), 김유연(17·경기 홍천고 1), 백경원 양(17·서울 풍문여고 1)은 취재를 하기 위해 서울 중구 명동으로 출동했다.

매서운 추위에도 이들은 무려 200명의 행인을 붙잡고 장장 4시간 동안 설문조사와 인터뷰를 했다. 커피전문점 메뉴에 각각 ‘허니 시나몬 라테’와 ‘꿀 계피 맛 커피우유’(허니 시나몬 라테를 한글로 번역한 말)라고 쓰여 있다면 둘 중 무엇을 선택할 것인지, 그리고 그 이유는 무엇인지를 알아보기 위해서였다.

결국 3기 기자반 학생들은 사람들이 ‘한국어보다 외래어가 더 있어 보인다’ ‘한국어는 왠지 촌스럽다’와 같은 이유 때문에 외래어를 더 선호한다는 결론을 얻었다. 이 기사는 기획력, 취재력 등에서 높은 평가를 받아 동아일보 사장 상을 수상했다.

완성도 높은 영상을 만들기 위한 PD반 학생들의 노력도 돋보였다. 4기 PD반 3조 학생들은 ‘우리 사회는 겉모습만 보고 다른 사람을 쉽게 판단하는 경향이 있다’는 문제의식을 영상에 담았다. 학생들은 ‘겉보기에 불량했던 한 여학생이 문제를 일으키지만 사실은 휠체어를 탄 장애우를 돕기 위해 한 일이었다’는 내용의 대본을 작성했다.

하지만 촬영에 꼭 필요한 휠체어를 구하기가 쉽지 않았다. 하지만 이들은 고려대 안암병원으로 직접 찾아가 한 시간가량 부탁한 끝에 결국 휠체어를 빌리는 데 성공했고 훌륭한 영상을 완성했다.

서울 구현고 1학년 전희서 양(17)은 “편집기술로 적당히 눈속임을 할 수도 있었지만 SBS 진혁 PD가 ‘영상으로 거짓말을 해서는 안 된다’면서 강의에서 힘주어 말씀하셨던 것이 떠올랐다”면서 “미디어스쿨에서는 단순히 언론인으로써 갖춰야 할 ‘기술’이 아닌 ‘자질’을 배울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종현 기자 nanzz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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