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속 女피의자, 새내기 검사에 ‘감사편지’ 왜?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월 28일 05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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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포영장 직접 집행…"적극적이고 친절한 태도에 감복한 듯"

" 진심으로 죄인을 대해주신 것을 보고 마음이 편해져 숨김없이 다 털어놓았다…지금은 비록 갇혀 있는 몸이지만, 훗날 검사님께 감사 인사를 드리고 싶다."

갓 임용된 로스쿨 1기 검사가 자기 손으로 구속시킨 70대 피의자로부터 '공정한 수사를 해줘 감사하다'는 편지를 받은 사실이 알려져 검찰 안팎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28일 검찰에 따르면 Y(72·여)씨는 전세계약서를 담보로 맡기겠다며 돈을 빌리는 수법으로 주변 지인 5명에게서 2억3000만원을 가로챈 혐의로 수사를 받았다.

나이에 비해 젊어 보이고 세련된 용모를 갖춘 Y씨가 점잖고 지적인 말투로 얘기할 때마다 피해자들이 솔깃해 넘어갔지만, 사실 그는 전과 8범의 사기꾼이었다.

돈을 갚으라고 채근하던 피해자들이 고소장을 내자 Y씨는 적반하장격으로 "1600만 원짜리 밍크코트를 집에서 도둑맞았다"며 상대방을 고소하기도 했다.

검찰은 새내기인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이형택 부장검사) 유재근(34·로스쿨 1기) 검사에게 사건을 맡겼다. 약사 출신으로 검찰에 막 배치돼 실무교육을 받고 있던 유 검사는 의욕적으로 사건을 파고들었다.

수사를 통해 Y씨의 추가 범행을 밝혀내 그에게 사기 및 무고 혐의로 출석해 조사받을 것을 수차례 요구했다.

하지만 Y씨는 주소지를 바꿔가며 소환요구에 불응한 뒤 '춘천지검으로 사건을 이송해 달라'고 요구하는 한편 피해자들에게도 태도를 바꿔 '곧 돈을 갚겠다'고 회유하는 등 사법처리를 피하려고 온갖 수를 썼다.

그러자 유 검사는 Y씨를 검거하기 위해 자리를 박차고 나섰다.

첫눈이 내리던 지난해 12월5일. 유 검사는 Y씨가 머무는 것으로 파악된 경기도 고양시의 한 카페로 향했다. 유 검사는 교통체증을 뚫고 4시간이나 걸려 도착해 직접 체포영장을 집행했다.

체포되면서도 전혀 당황하지 않던 Y씨는 곧 구속기소 돼 철창신세를 지게 됐다.

그로부터 며칠 되지 않은 지난 18일, 유 검사는 Y씨로부터 한 통의 편지를 받았다.

"처음에는 검사님이 너무 무섭고 다가가기 어려웠지만, 진심으로 죄인을 대해주신 것을 보고 마음이 편해져 숨김없이 다 털어놓았다"는 내용이었다.

Y씨는 "지금은 비록 갇혀 있는 몸이지만, 훗날 검사님께 감사 인사를 드리고 싶다"며 편지를 끝맺었다.

검찰 관계자는 "담당 검사가 치밀하게 조사한 결과 무고 혐의 및 추가 사기범행까지 밝혀냈다"며 "적극적이면서도 친절한 태도에 피의자가 감복한 것 같다"고 평했다.

<동아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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