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꿈을 만나다]드라마 ‘학교 2013’ 배우 최창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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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1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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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제작 활동하며 자연스레 연기관심 키웠죠

KBS2 드라마 ‘학교2013’에서 ‘엄친아’ 김민기역을 맡은 배우 최창엽(왼쪽)과 인천 명신여고2학년 김정은 양이 최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KBS2 드라마 ‘학교2013’에서 ‘엄친아’ 김민기역을 맡은 배우 최창엽(왼쪽)과 인천 명신여고2학년 김정은 양이 최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오후 9시. 민기는 어김없이 가방을 싸 들고 학교를 나선다. 언제나 제시간에 맞춰 자신을 데리러 오는 엄마. 학업 스케줄도, 학원 수강등록도 모두 아들 대신 해주는 극성 엄마다. 민기는 결국 고통스러운 속마음을 내비친다.

“날 때부터 스무 살이었으면 좋겠어. 어차피 그 전까지는 없는 인생이니까….”

고교 교실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담아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KBS2 드라마 ‘학교 2013’. 여기서 공부도, 운동도, 외모도 우수한 극중 김민기가 청소년 사이에서 ‘인기남’으로 떠오르고 있다. 민기는 ‘방송 PD’라는 꿈을 품고도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뒤 로스쿨로 가 판검사가 되어야 한다”는 엄마의 강요 때문에 힘들어하는 모범생이다.

민기를 실감나게 연기하는 주인공은 배우 최창엽 씨(24). 놀랍게도 그는 드라마 속 민기처럼 실제로 방송 PD를 꿈꾸면서 2008년 고려대 미디어학부에 입학한 인재다.

최근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서 인천 명신여고 2학년 김정은 양(18)이 신나는 공부의 도움을 받아 최 씨를 만났다.

○ 비교과활동, 공부 모두 잡은 진정한 ‘엄친아’

‘학교 2013’의 촬영을 며칠 앞두고 극적으로 캐스팅되었다는 최 씨. 고교 시절 미디어학부를 꿈꿨던 점이나 공부를 잘했다는 점 등 최 씨와 드라마 속 ‘엄친아’ 민기는 닮은 점이 많다. 그는 실제로도 ‘엄친아’였을까?

최 씨는 중3 때부터 방송 PD를 꿈꿨다. 장기가 많은 같은 반 친구를 보고 자극 받아 ‘나만의 특기를 가져야겠다’고 결심한 뒤 취미로 하던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활용해 이야기가 있는 영상을 직접 만들기 시작했다. 이는 다시 방송 PD라는 꿈으로 이어졌다.

“고등학교(한국애니메이션고)에 진학해서는 단편영화나 다큐멘터리를 제작했어요. 영상과 관련한 수상 실적이 60개에 달할 정도로 적극적이었죠.”(최 씨)

영상을 제작하는 활동으로 학교 진도를 못 따라갈 때도 있었지만 그는 학업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전국연합학력평가가 다가오면 오전 6시 반에 일어나 잠자리에 들 때까지 아주 잠깐의 낮잠도 자지 않았다. 수업시간과 늦은 저녁시간에 졸지 않으려고 점심과 저녁은 무조건 적게 먹었다. 궁금한 점이 생기면 뜸들이지 않고 바로바로 선생님에게 질문했다.

모르는 문제가 시험에 출제되어도 포기하지 않았다. 끝까지 풀려고 노력했고, 정답을 맞히지 못하면 곧바로 자기진단을 했다. 최 씨는 “시험이 끝나고 정답을 얼마나 맞혔는지 점검할 때 생각보다 틀린 문제가 많이 나오면 덜컥 겁을 먹고 ‘나중에 풀어보지 뭐’라는 안일한 생각으로 넘어가는 학생이 많다”면서 “하지만 어떤 일이 있어도 시험이 끝난 직후 내가 왜 오답을 냈는지 확인하고 정확한 문제풀이를 익혀야 한다”고 말했다.

그 덕분에 최 씨의 성적은 상위권이었다. 그는 비교과활동 이력과 높은 수능 점수로 고려대 미디어학부 특별전형에 합격했다.

“영상을 제작하는 일에 즐거움을 느끼면서 제 내면이 바뀌기 시작했어요. 중학생 때는 반에서 2∼3등을 하면서도 ‘난 왜 1등을 하지 못할까’ 하고 자책할 만큼 열등감이 많았거든요. 그런데 영상 제작으로 상을 많이 타면서 자신감이 생겨났죠.”(최 씨)

○ 방송 PD를 꿈꾸던 소년, 연기자 되다

“학창시절 꿈은 방송 PD였는데, 배우로 활동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김 양)

미디어학부로 대학에 진학한 후 친구의 영상물에 배우로 출연하거나 자기 영상물에 출연하는 배우들을 지도하면서 최 씨의 관심은 연기에 쏠리기 시작했다.

교내 방송반에 들어간 그는 마음을 다잡지 못하고 한 달 만에 그만두었다. 연기 외의 다른 일에는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제대로 배워본 적은 없지만 ‘지금이 아니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최 씨는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오디션을 보러 다니기 시작했다.

“일단 오디션 프로그램에 지원했어요. TV 화면에 비치는 저의 모습이나 사람들의 반응이 궁금했거든요. 2011년 ‘휴먼 서바이벌 도전자’란 프로그램이 데뷔작이에요.”(최 씨)

연기경력이 길지 않지만 그는 최근 드라마 ‘학교 2013’으로 시청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면서 배우로 성장하고 있다. 김 양이 “이 드라마가 주는 시사점은 무엇인가요”라고 묻자 최 씨는 “어른들이 잘 모르는 학교의 실상을 과감히 드러낸 것”이라고 답했다.

“드라마 속 인물들은 자기 성격이 아니라 실제 고교생들이 가진 다양한 고민에 따라 캐릭터가 구별돼요. 현실의 고민을 등장인물들이 하나씩 짊어진 채 표현하는 거죠. 그래서 시청자들이 진심으로 공감하는 게 아닐까요? 이런 좋은 작품의 일원이라는 건 참 뿌듯한 일이에요.”(최 씨)

글·사진 유수진 기자 ysj9317@donga.com
▼ 왕따·성적 스트레스·선생님 무시… “드라마와 똑같아요” ▼

■ 드라마 ‘학교 2013’ 속 이야기는 진짜?


KBS2 드라마 ‘학교 2013’이 학생과 학부모, 교사의 뜨거운 공감을 얻고 있다. ‘서울 강북의 한 인문계 일반 고등학교’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 드라마는 학교폭력, 교권 실추, 입시 만능주의로 얼룩진 교실 풍경을 적나라하게 담고 있다.

이 드라마가 묘사하는 고교 교실은 과연 현실을 얼마나 반영하는 걸까? 많은 고교생은 “우리 학교에서 벌어지는 이야기와 비슷한 점이 많다”고 했다. 오히려 “학교 현장의 이야기가 어쩌면 훨씬 더 극적일 것”이라는 의견도 많았다.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 같은’ 실제 고교 현장의 이야기를 고교생들의 익명 증언을 통해 들어본다.

선생님, 그건 아닌데요?

“현재 고1인데 사교육으로 고2 진도까지 선행학습으로 전부 끝낸 학생들이 반에 꽤 있어요. 얘들은 학교에서 수업을 거의 안 들어요. 지루하다면서요. 수업은 듣지 않고 선생님께 ‘딴죽’을 걸면서 반 분위기를 망치는 경우도 많아요. ‘제가 다른 곳에서 배울 땐 이렇게 배웠는데 선생님은 왜 다르게 알려주세요?’라거나 ‘지금 선생님 말 하나도 이해 안 되는 거 아세요?’라는 말을 서슴없이 하죠. 선생님이 그 말에 답변하다 보면 그날 수업 진도는 제대로 못 나가는 거죠.”

고카페인 음료 마시고 계단에서 굴러 떨어졌어요

“드라마에서 학생들이 잠을 안 자려고 고카페인 음료와 이온음료, 비타민을 섞은 이른바 ‘붕붕주스’를 마시는데요. 실제 학생들도 고카페인 음료나 커피를 정말 많이 마셔요. 저희 반엔 시험기간에 커피를 3시간마다 한 잔씩 마시며 꼬박 나흘간 잠을 안 잔 학생이 있었어요. 카페인 중독이 됐는지 자고 싶어도 잠이 오지 않는다고 하더군요. 결국 몸이 피로를 견디지 못해 수업시간에 구토를 했어요. 고카페인 음료를 마시고 어지러워서 계단에서 굴러 떨어지는 학생도 있고요.”

끊임없이 날아오는 문자메시지, 미칠 것 같아요

“요즘은 정말 무섭게 ‘왕따’를 시켜요. 트위터나 페이스북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이용해서요. SNS에 ‘너 전학 안 가냐’ ‘내가 너였으면 살기 싫겠다’ ‘지금까지 꿋꿋이 살고 있는 걸 가상히 여겨줄게’ 같은 험담을 공개적으로 남겨요. SNS 주인과 연결된 사람 전부가 그 내용을 다 볼 수 있도록 말이죠.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 중에 메시지 수, 시간, 내용을 미리 정해놓으면 그 조건에 맞춰 메시지를 보내는 앱도 있어요. 외모를 비하하는 말, 욕설, 성적인 험담이 담긴 메시지를 100개, 1000개씩 보내면서 끊임없이 정신적으로 스트레스를 줘요.”

노트필기 뺏길까 두려워요

“시험기간이 되면 경쟁하는 친구의 노트필기를 찢어 쓰레기통에 버리기도 해요. 그래서 학생들은 열쇠를 채운 사물함에 보관하는 것도 불안해 주요 과목의 책과 노트는 항상 자기 가방에 넣고 다니죠. 급식실이나 화장실에 갈 때도요. 학생들이 급식실에 가방을 하도 많이 가져와서 저희 학교 급식실에는 가방을 보관하는 설치대를 따로 마련했어요. 그런데 그곳에 놓아도 ‘누가 가방을 가져가지 않나’하는 불안감에 항상 가방 설치대를 쳐다보면서 밥을 먹어요. 불안해서 밥도 잘 못 먹고 급체 하기 일쑤죠.”

공부나 가르쳐 주세요

“드라마에서 ‘전인교육’을 하려는 정인재 선생님(장나라)과 학원 논술 스타강사 출신의 강세찬 선생님(최다니엘)이 서로 대립하듯 교육관이 안 맞는 선생님들이 실제로 있어요. 교내 한 교과 선생님은 “난 수능 대비는 안 한다”면서 발표수업, 모둠수업을 많이 진행해요. 중하위권들이 이 수업을 좋아하는 편이에요. 하지만 공부 잘하는 애들은 ‘공부나 가르치면 좋겠다’ ‘이 수업이 수능에 어떤 도움이 되는지 모르겠다’ ‘발표 점수는 주관적이다. 정확한 채점 기준이 있는 수행평가를 하라’고 말하기도 해요.

주요 교과 선생님 중에는 1학년 때부터 수능 맞춤형 수업만 하시는 분도 있어요. 수능에 나올 확률이 낮은 단원 수업은 대충 훑고 지나가요. 공부 잘하는 애들은 이 수업을 엄청 좋아해요. 이 수업에 자는 애들은 주로 중하위권 애들인데, 선생님도 걔네를 일부러 깨우려 하지 않아요. 공부 잘하는 몇몇만 데리고 수업하죠. 드라마에서와 똑같아요.”

오승주 기자 cantar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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