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24일 오전 전남 나주시 문평면사무소에 두툼한 옷차림의 70대 할머니가 찾아왔다. 할머니는 사회복지 담당자에게 다가가 주머니에서 하얀 편지 봉투를 꺼내 내밀었다. 할머니는 봉투를 건네면서 “어려운 이웃들에게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하고 총총히 면사무소를 빠져나갔다. 봉투에는 100만 원권 수표가 들어 있었다.
할머니는 서너 시간 뒤 인근 다시면사무소에 나타났다. 할머니는 면장을 만나 “형편이 어려운 가정을 골라 전해 달라”며 100만 원권 수표를 건넸다. 면사무소 직원들은 할머니를 금방 알아봤다. 5일마다 열리는 장터에서 작은 점포를 운영하며 콩 등 잡곡을 파는 할머니였다. 면사무소 직원들은 나흘 뒤 점포를 찾았다. 할머니의 선행을 알리고 싶다며 사진촬영을 하려고 하자 할머니는 직원들을 내쫓다시피 했다. 할머니는 “이러려고 한 게 아니다. 이름도, 내가 사는 곳도 절대로 알리지 말라”고 신신당부했다.
할머니는 문평면에서 아들과 함께 살고 있다. 교회를 다니며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을 보면 지나치지 못하고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천사 할머니’로 알려졌다. 이문자 문평면사무소 사회복지사는 “할머니의 뜻에 따라 조손가정 등에 10만 원씩 성금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 어머니의 이름으로 장학사업 ▼
담양 동산마을 출신 이수형씨
돌아가신 어머니를 기리고자 어머니의 이름으로 장학재단을 설립한 사업가가 있어 화제다. 주인공은 전남 담양군 월산면 동산마을 출신 사업가 이수형 씨(66·경기 이천시). 이 씨는 어머니 김정남 씨의 뜻을 기려 ‘김정남 장학재단’을 설립하고 지난해 말 10명의 학생에게 장학금 600만 원을 전달했다.
어머니 고(故) 김정남 씨는 2년 전 지병으로 숨지기 전 아들에게 ‘어렵게 공부하는 사람이 많으니 그들에게 장학금을 줬으면 좋겠다’는 유언을 남겼다. 김 씨는 생전에도 어려운 이웃을 돕고 효성도 지극해 효부상을 받기도 했다.
이 씨는 1967년 은행원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해 13년간 근무하다 벽돌 사업을 하면서 사업가의 길을 걸었다. 이 씨는 보도자료를 통해 “어머니가 평소에 어려운 형편으로 학업을 포기하는 학생들을 보며 많이 안타까워 하셨다”며 “어머니의 뜻을 기려 고향의 후학들을 육성하는 데 힘쓰고 싶다”고 밝혔다. 김정남 장학재단은 해마다 1200만 원의 장학금을 두 차례 나눠 가정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에게 전달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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