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린 집세 내라” 손가락 자른 잔혹한 임대업자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월 3일 03시 00분


코멘트
새해 첫날 밀린 집세를 받으러 간 50대가 흉기를 휘둘러 세입자의 딸이 손가락을 잘렸다. 전북 전주시 덕진구 우아동의 한 원룸을 1000만 원에 전세 내 최모 양(19) 가족에게 보증금 500만 원, 월세 25만 원에 다시 세를 준 오모 씨(59)가 1일 오후 3시 45분경 이 원룸에 들이닥쳤다. 고졸 검정고시를 준비하는 최모 양(19)은 휴일에도 식당 일을 나간 어머니를 기다리며 여동생(14)과 TV를 보고 있었다. 밀린 월세를 받으러 온 오 씨는 “아버지 어딨느냐”라고 다그쳤다. 최 양이 “며칠 전에 돌아가셨다”고 하자 오 씨는 거짓말로 오인해 뒷주머니에 있던 흉기를 빼들고 “죽었다니 잘됐네. 너희들도 죽어라”라고 소리치며 최 양에게 흉기를 휘둘렀다. 최 양은 흉기를 막다 왼손 가운데 손가락 끝부분이 1cm가량 잘려 나갔다. 얼굴 어깨에도 크고 작은 자상을 입었다.

밖으로 뛰어나간 동생이 경찰에 신고하고 행인들에게 도움을 요청해 행인 2명이 달려와 오 씨를 제압했다. 최 양은 병원으로 긴급 이송돼 손가락 접합수술을 받았다.

오 씨는 경찰에서 “3년 동안 월세를 한 번도 안 내 찾아갔는데 아버지가 돌아가셨다고 해 거짓말인 줄 알고 화가 나 흉기를 휘둘렀다”라고 말했다. 기초생활수급자인 최 양의 어머니(49)는 “남편은 생전에도 집에 잘 찾아오지 않았다”라며 “집이 월세였다는 것도 남편에게 듣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최 양의 아버지는 2012년 12월 20일 지병으로 사망했다.

전주=김광오 기자 kokim@donga.com
#세입자#흉기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