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화장품업체들 “디자인 모방했다” 국내업체에 견제구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2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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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뷰티 한류’

SK-Ⅱ의 ‘페이셜 트리트먼트 에센스’(왼쪽)와 미샤의 ‘타임 레볼루션 더 퍼스트 트리트먼트 에센스’. 동아일보DB
SK-Ⅱ의 ‘페이셜 트리트먼트 에센스’(왼쪽)와 미샤의 ‘타임 레볼루션 더 퍼스트 트리트먼트 에센스’. 동아일보DB
글로벌 화장품 업체들이 국내 화장품 브랜드의 ‘미 투(me too·따라하기) 마케팅’에 대해 소송을 제기하는 등 강경 대응에 나서고 있다. 이미지 침해를 우려해 무대응으로 일관하던 전략에서 180도 선회한 것이다.

랑콤 키엘 슈에무라 등 글로벌 화장품 브랜드들을 판매하는 로레알코리아는 11월 말 “LG생활건강의 브랜드숍 ‘더페이스샵’이 우리 제품을 모방해 피해를 보고 있다”며 관련 제품의 판매를 막아 달라고 서울중앙지법에 소송을 냈다.

문제가 된 제품 중 하나는 더페이스샵의 ‘다크스팟 클리어 에센스’. 로레알 측은 이 제품이 키엘의 ‘클리어리 코렉티브 다크스팟 솔루션’의 패키지 디자인을 모방했다고 주장했다. 투명한 원통형 몸체와 흰색 플라스틱에 고무 스포이트가 맞물린 뚜껑 부위가 유사하다는 것이다. 로레알은 더페이스샵이 2010년 내놓은 ‘오일 스페셜리스트’의 디자인이 슈에무라의 베스트셀러 제품인 ‘클렌징 오일’과 비슷하다는 점도 문제 삼았다.

키엘의 ‘클리어리 코렉티브 다크스팟 솔루
션’(왼쪽)과 더페이스샵의 ‘다크스팟 클리
어 에센스’의 패키지 디자인 변경 전 모습.
동아일보DB
키엘의 ‘클리어리 코렉티브 다크스팟 솔루 션’(왼쪽)과 더페이스샵의 ‘다크스팟 클리 어 에센스’의 패키지 디자인 변경 전 모습. 동아일보DB
소송에 앞서 로레알은 LG생활건강에 ‘유사한 제품들의 디자인을 변경해 달라’는 의견서를 보냈다. LG생활건강은 이에 대해 “각 제품 특징에 맞는 일반적인 형태의 패키지를 적용한 것이지만 불필요한 법적 분쟁을 피하기 위해 제품을 변경하겠다”고 답했다.

이후 더페이스샵의 에센스 제품은 뚜껑이 흰색에서 은색으로 바뀌는 등 디자인이 수정됐다. 그럼에도 소송을 낸 데 대해 로레알 측은 “수정 정도가 미미했고 ‘미 투 마케팅’의 속성상 이미 제품 출시 초기에 적잖은 효과를 거뒀다는 점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로레알 관계자는 “최근 소셜커머스 등 새로운 유통 채널을 통해 판매되는 신생 화장품들의 경우 더 노골적으로 ‘미 투 마케팅’을 해 피해가 심각하다. 추가 법적 대응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국내 화장품 브랜드 ‘미샤’는 SK-Ⅱ를 국내에 수입 판매하는 한국P&G가 지난해 10월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최근 패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미샤는 지난해 말부터 자사의 제품을 수입 화장품 인기 제품들과 비교하는 마케팅을 벌였다. SK-Ⅱ 측은 자사 인기 제품인 ‘페이셜 트리트먼트 에센스’ 공병을 가져오면 미샤의 신제품 ‘타임 레볼루션 더 퍼스트 트리트먼트 에센스’를 증정한 이벤트와, 이와 관련한 광고를 문제 삼았다. 한 화장품 업계 관계자는 “이러한 분쟁은 해석이 어려워 P&G가 승소하지 못할 것으로 판단했는데 의외의 결과가 나왔다”며 “향후 국내 업체에 미칠 영향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로 중저가인 국산 화장품 브랜드숍 시장은 지난해 전년 대비 37.7% 신장한 반면 수입 화장품 브랜드들은 최근 고전하고 있다. 수입 화장품 비중이 90%에 육박하는 A백화점의 올해 1∼11월 화장품 매출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감소했다. 이 백화점의 화장품 매출이 감소한 것은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처음이다.

화장품 업계 관계자는 “가격 경쟁력이 있는 중저가 브랜드들이 품질까지 크게 향상되면서 실속형 소비가 확산되는 불황기에 인기를 끌고 있다”며 “해외 브랜드들이 위기의식 때문에 강경 대응에 나섰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국내 화장품 업계의 관행적인 ‘미 투 마케팅’에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한다. 국내 브랜드의 해외 진출이 활발해지고 외국인 관광객도 늘어나면서 모방 제품 때문에 국제 분쟁이 벌어질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중국에 진출한 한 화장품 브랜드숍 관계자는 “국내 업체도 현지 업체로부터 디자인을 도용당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만큼 ‘뷰티 한류’를 지키기 위한 자정(自淨) 노력이 먼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현진·강경석 기자 bright@donga.com
#화장품#디자인#모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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