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한센인 ‘희망의 옹벽벽화’ 밑그림 착착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2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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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 꺼리던 소록도 주민들 340명 카메라 앞에 선뜻… 각계서 제작비 1억 기부

소록도에 예술 나눔의 일환으로 대형 벽화를 만드는 사업이 추진된다.

전남 고흥 남포미술관은 지난달 27일부터 10일 동안 대형 벽화에 새겨질 소록도 주민, 병원 의사 간호사, 자원봉사자 540명의 얼굴을 촬영해 돌조각 밑그림을 그리는 작업을 하고 있다. ‘아름다운 동행-소록도 사람들’이라는 주제의 대형 옹벽벽화는 한센인 전문병원인 국립소록도병원 옹벽에 내년 3월경 길이 110m, 높이 1∼3m 크기로 완성된다. 벽화 제작을 위한 사진 촬영에는 소록도 전체 주민 570여 명 중 340명이 참여했다. 이들의 평균 연령은 73세다.

소록도 주민들은 평생 사진 촬영을 거부하며 살았다. 그러던 주민의 59%가 소록도 상징물이 될 벽화 제작을 위해 사진 촬영에 참여한 것. 곽형수 남포미술관장은 “고령인 소록도 주민들 한분 한분에게 벽화 제작 이유를 큰 소리와 몸짓으로 설명하며 사진 촬영을 했다”고 말했다.

소록도 주민들은 자신들이 죽더라도 아픔과 역사, 희망을 기록한 상징물이 남아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대형 벽화 제작에 동참했다. 김명호 소록도자치회장(62)은 “병원 옹벽에 소록도를 상징하는 벽화 예술품이 생긴다고 해서 주민들이 호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촬영한 사진을 토대로 대형 벽화에 붙일 얼굴 밑그림을 그리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대형 벽화에는 얼굴 조각 이외에 아기 사슴을 닮았다는 소록도 지형, 한센인들의 과거 아픔을 표현한 사슴의 형상도 곁들여진다.

소록도 벽화 제작에는 1억 원 정도가 들어간다. 박대조 씨(43)를 비롯해 조각가 한국화가 서양화가 등 예술가 10명이 6000만 원 정도에 해당하는 재능기부를 한다. 대림산업은 1000만 원을 기부했고, 나머지 3000만 원가량은 소액 기부로 조성됐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10월 19일부터 12월 17일까지 온라인 사이트(fund.arko.or.kr)에서 소록도 벽화 제작을 위한 소액기부 모금 운동을 해 3302만 원을 모았다. 총 기부자는 198명으로 1만 원 미만이 64명으로 가장 많았고 5만∼30만 원 미만은 62명이었다.

강보경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예술나눔부 과장은 “소록도 벽화 제작 기부에 지역 주민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한 데다 추진 단체인 남포미술관이 적극적인 의지를 보여 모금활동이 성공을 거둔 것 같다”고 말했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소록도#대형 벽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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