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40km 길이의 금강소나무길이 조성될 예정인 경북 울진군 서면 소광리 숲길에서 등산객들이 징검다리를 건너고 있다. 산림청 제공
호젓하면서도 마음은 풍요롭다. 머릿속 상념이 씻겨 나간다. 가슴속 묵은 스트레스까지 말끔하게 사라지는 기분이다. 숲 속에서다. 어디 이 뿐이랴. 두 다리에 힘이 솟는다. 숲에서 얻어지는 혜택들이다.
숲길을 걸으면 누구나 행복하다. 더 많은 사람이 숲길을 걷을 수 있다면 국민행복지수는 저절로 높아지는 게 아닐까?
하지만 즐겁게, 편하게 걸을 수 있는 길은 그리 많지 않다. 산림청은 새해 어젠다 중 하나로 ‘숲길’을 정했다. 지키고 보전해야 할 아름다운 우리의 숲에서 건강과 레저, 휴양과 치유를 할 수 있는 숲길을 더 많이 조성하겠다는 것이다.
‘산림문화·휴양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숲길은 크게 등산로, 트레킹길(둘레길, 트레일), 레저스포츠길, 탐방로, 휴양·치유숲길로 나뉜다. 등산로는 대부분 수직적 선형을, 나머지는 복합적이거나 수평적 선형을 말한다.
산림청이 지난해 말까지 조성한 국내 숲길은 모두 816km. 올해 5월에는 274km 길이의 지리산 둘레길을 개통했으며 금강소나무숲길, 한라산둘레길, DMZ둘레길을 추가로 완공해 숲길은 모두 1148km로 늘었다. 2007년부터 조성해온 지리산 둘레길은 8곳의 안내센터도 운영되고 있다. 걷기 축제도 열린다. 산림청은 2016년까지 4420km, 2021년까지는 8344km의 숲길을 조성할 계획이다.
이런 구상 중에는 백두대간, 낙동정맥, 남부횡단트레일과 설악산 속리산 덕유산 둘레길 계획도 포함돼 있다. 특히 서울성곽을 따라 조성되는 둘레길과 부산 북구 무장애숲길은 태풍 곤파스 피해목을 이용했고 교통 약자도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낮은 경사도로 꾸며졌다.
산림청은 훼손된 등산로 정비사업도 계속 추진한다. 산림청과 한국산악회에 따르면 국내 등산로는 모두 3만3372km. 2021년까지 1만7921km의 등산로를 정비해 쉽고 편안하고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숲길은 저마다 스토리를 갖고 있다. 제주 올레길 코스에 속해 있지는 않지만 몇 해 전 개방된 ‘사려니 숲길’. 이름부터 독특한 숲길은 제주시 봉개동 절물오름 남쪽 비자림로에서 물찻오름을 지나 서귀포시 남원읍 사려니 오름까지 이어지는 15km의 숲길이다. 숲길에는 자연림인 졸참나무, 서어나무가 울창하고 산딸나무, 때죽나무, 단풍나무 등이 자생하고 있다.
산림청은 또 건전한 등산·트레킹 문화를 확산하고 지원하기 위해 ‘한국등산·트레킹지원센터’(회장 조웅래)를 설립해 청소년과 소외계층 등을 대상으로 등산교육도 하고 있다. 센터 관계자는 “트레킹길을 조성할 때 경사지는 배제하고 최대한 수평에 가깝게 하며 포장된 길은 피하고 마을과 마을이 소통할 수 있는 길을 연결하는 등 나름의 기준이 있다”고 말했다.
산림청은 또 2014년까지 사업비 150억 원을 들여 강원 속초시 노학동 3만6365m²(약 1만1000평)의 터에 국립산악박물관도 건립할 예정이다. ‘산과 함께 오르다’라는 주제로 만드는 이 시설에는 산과 인간의 삶을 조명할 수 있는 다양한 전시물과 영상, 체험시설이 들어선다.
이돈구 산림청장은 “이제는 사람이 숲을, 나무를 가꾸는 게 아니라 숲과 나무가 사람을 가꾸는 때”라며 “국민의 질 좋은 삶을 위해 숲은 앞으로 새롭게 태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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