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발찌 성범죄자가 충전 안하면 먹통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1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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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틀에 한번 충전해야 위치추적 가능… 실효성 논란

발목 부착 전자발찌(왼쪽)와 재택감독장치에 꽂아 충전 중인 휴대용 추적장치. 동아일보DB
발목 부착 전자발찌(왼쪽)와 재택감독장치에 꽂아 충전 중인 휴대용 추적장치. 동아일보DB
성범죄 전력으로 전자발찌를 착용하고 있는 김모 씨(57)가 22일 구속됐다. 혐의는 ‘특정범죄에 대한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 등에 관한 법률’ 위반. 쉽게 말해 위치추적장치(일명 전자발찌)를 충전하지 않은 것이다. 김 씨는 모두 11회에 걸쳐 전자발찌를 충전하지 않고 돌아다닌 것으로 드러났다. 김 씨는 보호관찰관으로부터 ‘전원이 꺼지면 처벌할 수 있다’며 수차례 경고를 받았지만 이를 무시했다. 사실상 발찌만 찼을 뿐 위치추적장치가 무용지물이 된 셈이다.

통칭 ‘전자발찌’로 불리는 이 기기는 △휴대용 추적장치 △발목부착 전자발찌 △재택감독장치 등 3가지로 구성된 분리형이다(사진 참조). 전자발찌는 발에 차지만 휴대용 추적장치는 항상 휴대해야 하며, 휴대용 추적장치가 전자발찌의 위치를 파악해 관제센터로 전송하는 시스템이다. 관제센터는 휴대용 추적장치에 부착된 긴급통화 기능을 이용해 성범죄자가 출입이 금지된 장소에 접근하거나 긴급상황이 일어날 경우 금지명령을 내리기도 한다.

문제는 휴대용 추적장치 배터리 작동시간이 하루에서 이틀 정도밖에 안 돼 수시로 충전기능이 있는 재택감독장치로 충전을 해야 한다는 점. 휴대용 추적장치의 전원량은 관제센터에서 파악되며 전원량이 부족할 경우 해당 전자발찌 착용자에게 전화나 문자로 고지해준다. 하지만 일부 전자발찌 착용자들은 이를 어기고 제대로 충전을 하지 않고 돌아다니고 있다.

지난해 1월 충북 충주에서는 위치추적장치를 충전하지 않고 도주한 이모 씨(52)가 10여 일 만에 붙잡혔다. 올 1월에 경기 의왕시에서는 성범죄 전과 4범인 A 씨(42)가 위치추적장치가 방전된 상태에서 다방 여주인을 흉기로 찌르고 도주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해 9월 부산에서는 배터리가 방전된 전자발찌를 부착한 채 초등학생을 유인한 20대 남성이 적발되기도 했다.

위치추적장치와 전자발찌가 분리형이기 때문에 생기는 맹점도 있다. 두 기기는 약 10m 이상 떨어지면 경보음을 관제센터로 전송한다. 앞뒷집 등 거리가 가까운 이웃이나 다세대 주택의 경우 위치추적장치를 집에 놓고 침입을 해도 감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전자발찌와 위치추적기를 일체형으로 만들 경우 기술적 문제 때문에 위치정보 정확도가 분리형보다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부피가 현재보다 3배가량 커져 착용이 어렵고 눈에 쉽게 띈다.

법무부는 “위치추적장치가 저전력일 경우 충전지시를 내리고, 전원이 꺼지면 보호관찰관이 현장으로 출동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앞서 사례처럼 관리에 허점이 생길 수 있다.

경찰 관계자는 “한두 번 충전을 안했다고 다 구속시킬 수도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에 대해 법무부 관계자는 “배터리 성능 개선이 가장 중요한 관건 중의 하나지만 현재 기술로는 어려움이 있다”고 밝혔다.

[채널A 영상] 전자발찌 기록만 봤어도…성범죄자 수사 ‘구멍’

[채널A 영상] 성범죄자가 전자발찌 직접 충전?

장관석 기자 jks@donga.com
#전자발찌#성범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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