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메트로 像像]55년간 지켜온 맥아더 동상 “노병은 죽지 않는다, 다만 골치 아플뿐”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1월 19일 03시 00분


코멘트

세계 참전용사 찾는 명소지만 좌파단체 철거 폭력시위에
2004년부터 이념대립 장소돼… 좌우 충돌 우려해 경찰배치도

인천항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인천 중구 자유공원(옛 만국공원)은 1888년 국내에서 처음으로 조성된 근대식 공원이다. 이 공원 정상은 1957년 9월부터 오른손에 쌍안경을 들고 월미도를 내려다보며 우뚝 서 있는 높이 5m 크기의 동상이 지키고 있다.

북한의 남침으로 6·25전쟁이 발발한 지 80일 만인 1950년 9월 15일에 단행된 인천상륙작전을 지휘해 전세를 역전시킨 유엔군 총사령관 더글러스 맥아더 장군(1880∼1964)의 동상(사진)이다. 정부는 작전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서울 탈환과 북진의 발판을 마련한 맥아더 장군에게 같은 해 태극무공훈장을 수여한 데 이어 7년 뒤 국민이 모금한 1억2000만 환을 들여 그의 동상을 건립했다. 한국 근대조각의 선구자 중 한 사람으로 동대문구 세종공원의 세종대왕 동상, 서울 강북구 수유4동 4·19혁명기념탑 등을 제작한 조각가 김경승(1915∼1992)이 만들었다.

정부가 현충시설물로 지정한 맥아더 동상은 해마다 9월이면 당시 유엔군으로 참전했던 미국과 프랑스, 영국 등 세계 각국의 참전용사들이 찾아 헌화할 정도로 자유공원의 명소가 됐다. 동상을 관리하는 중구는 2010년 50여 년 만에 처음 안전진단을 실시하고 올해 8월 6000여만 원을 들여 갈라진 동상 표면을 보수해 말끔한 외형을 되찾았다.

하지만 맥아더 동상을 둘러싼 갈등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2004년부터 인천에서 맥아더 동상의 철거와 보존을 놓고 이념공방이 계속되고 있는 것. 친북성향의 좌파단체들은 “인천상륙작전 당시 민간인 학살을 주도한 맥아더 장군은 제국주의의 상징”이라며 철거운동에 나섰다. ‘우리민족연방제통일추진회의’ 등은 2005∼2007년 동상 철거를 요구하며 죽창을 동원한 폭력시위를 주도하기도 했다.

이에 맞서 보수 우파단체는 “맥아더 동상은 북한의 한반도 적화 야욕을 물리친 것을 기념하는 역사적 상징물”이라며 보존을 요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경찰은 두 단체의 충돌을 우려해 경찰력을 배치해 경계활동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시민들은 언제까지 이런 씁쓸한 풍경이 계속될지 걱정하며 안타까워하고 있다.

황금천 기자 kchwang@donga.com
#매트로 상상#맥아더 동상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