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취손님 카드 훔쳐 1730만원 빼간 택시운전사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1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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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 오전 2시경 서울 서초구 서초동에서 만취한 회사원 김모 씨(42)가 비틀거리며 영업용 택시에 올라탔다. 택시운전사 황모 씨(45)는 잠이 든 김 씨의 상의를 뒤져 지갑에 들어 있던 신용카드 4장 중 3장을 미리 훔쳤다. 택시가 김 씨의 집인 동작구 사당동에 도착하자 김 씨는 한 장 남은 카드를 냈다. 황 씨는 카드가 안 된다며 김 씨를 인근 현금인출기로 유인했다. 황 씨는 김 씨를 도와주는 척 돈을 인출하면서 비밀번호를 외운 다음 그 카드도 슬쩍 챙겨 달아났다. 필름이 끊긴 김 씨는 다음 날 아침 자신의 신용카드와 스마트폰이 사라진 사실을 알았다. 밤사이 황 씨가 서울 일대를 돌며 4장의 카드로 36회에 걸쳐 1730만 원을 인출한 뒤였다. 신고를 받은 경찰은 현금인출기 주변 폐쇄회로(CC)TV에 찍힌 ‘○○콜’ 로고를 확인하고 116개 택시회사를 탐문해 황 씨를 붙잡아 13일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연말을 맞아 술자리가 늘자 이처럼 만취 승객을 노린 절도 사건이 부쩍 늘고 있다. 돈으로 쉽게 바꿀 수 있는 스마트폰은 ‘기종별 장물 단가표’까지 만들어져 일부 택시운전사들 사이에서 공유되고 있다. 경찰은 “술에 취한 동료가 있다면 꼭 택시를 잡아줄 때 차량번호를 휴대전화 카메라로 찍거나 운전사의 얼굴을 보면서 ‘잘 부탁한다’고 당부하는 일만으로도 범죄 가능성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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