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단란주점 벽속엔 死者가 숨겨져 있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1월 14일 03시 00분


흡사 애드거 앨런 포의 ‘검은고양이’ 같은 엽기적인 살인사건이 국내에서 벌어졌다.

범죄를 들키지 않기 위해 피해자의 시신을 콘크리트로 벽에 암매장한 것. 피의자는 범행을 들키지 않기 위해 숨진 피해자의 휴대전화를 이용해 통화하는 등 치밀함을 보였다.

경기 성남수정경찰서는 13일 단란주점 전 업주를 살해한 뒤 암매장한 혐의로 박모 씨(44·절도 사기 등 전과 12범)를 체포했다. 박 씨는 9월 6일 오후 6시경 성남시 수정구 신흥동에 있는 동거녀(42)의 지하 단란주점에서 전 주인 송모 씨(78)와 말다툼을 벌였다. 흥분한 박 씨는 송 씨를 넘어뜨려 정신을 잃게 한 뒤 창고에 있던 호스로 목을 감아 살해했다. 이후 시신을 여행용 가방에 담아 일주일간 단란주점 다용도실에 숨겼다.

박 씨는 범행을 은폐하기 위해 시신이 든 가방을 직접 만든 나무궤짝(가로 113cm, 세로 40cm, 높이 80cm)에 넣은 뒤 방수설비업자 우모 씨를 불렀다. 박 씨는 악취가 새어나올까 봐 나무상자 모서리에 실리콘을 발라 밀봉하는 치밀함을 보이기도 했다.

“(주점)홀 벽면에서 물이 샌다”며 방수공사를 요구한 박 씨는 우 씨가 벽을 뜯어내자 나무궤짝을 그 안에 넣고 콘크리트를 바를 것을 요구했다. 박 씨는 “나무상자가 뭐냐”고 묻는 우 씨에게 “습기제를 넣은 상자니까 그냥 공사해 달라”라고 요구했으며 이 때문에 해당 벽면은 아래쪽이 불룩 튀어나온 모양이 됐다.

박 씨는 시신을 암매장한 뒤에도 최근까지 단란주점 영업을 계속했다. 또 송 씨의 휴대전화로 통화를 하고 다녀 마치 송 씨가 살아 있는 것처럼 꾸몄다.

하지만 송 씨 가족이 한동안 송 씨와 연락이 되지 않자 뒤늦게 경찰에 가출신고를 하면서 박 씨는 덜미가 잡혔다. 경찰이 송 씨 주변을 탐문하던 중 단란주점 인수 문제로 다툼이 있었다는 첩보를 입수한 것. 사건이 발생한 단란주점과 박 씨를 조사하던 경찰은 방수업자 우 씨에게서 방수공사 과정에서 나무상자를 넣고 벽을 발랐다는 진술을 확보하고 벽을 부순 뒤 시신을 찾아냈다. 박 씨는 시신이 발견되자 경찰 조사에서 “송 씨가 단란주점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인수대금 4500만 원 중 2500만 원만 줘 잔금 문제로 다툼을 벌이다 살해했다”고 진술했다.

박 씨의 동거녀는 “사건 당시 현장에 없었고, 방수공사를 했다고 해서 그런 줄 알았지 범행에 대해서는 전혀 알지 못 한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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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남경현 기자 bibulus@donga.com
#시신#암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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