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공립 초중고교의 비정규직 직원들이 대학수학능력시험 다음 날인 9일 하루 동안 총파업을 벌인다. 이에 따라 비정규직 직원에게 학교급식을 맡긴 일부 학교는 대책 마련에 나섰다. 교육계에선 예견된 혼란이라는 반응이다.
전국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는 7일 서울 정부중앙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재적 인원의 91.2% 찬성으로 파업이 가결됐다”며 “교육과학기술부와 교육청이 단체교섭에 나서 호봉제 시행, 교육감 직접고용, 교육공무직 법안 제정 요구에 즉시 답하라”고 촉구했다. 연대회의는 요구가 관철되지 않으면 이달 중순 전체 조합원이 참여하는 2차 총파업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연대회의는 민주노총 산하 3개 비정규직 노조의 연합체다. 전국 학교에서 근무하는 비정규직(15만여 명)의 23% 정도인 3만5000여 명이 가입했다. 이 중 조리종사원으로 급식 업무를 담당하는 노조원 2만여 명이 5000여 개 학교에서 근무 중이다. 나머지는 과학보조 교무보조 학교보안관 전문상담원 교육복지사 등이다.
연대회의가 실제로 파업을 하면 학교 급식에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 A고교 교장은 “조리종사원 4명이 노조에 가입했다. 수능 준비로 정신이 없는데 이런 문제까지 겹쳐 크게 한 방 얻어맞은 기분”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학교가 딱히 대책을 마련하기 쉽지 않다는 점. 오전 수업만 하거나 도시락 업체에 점심을 주문하면 노동쟁의행위 방해에 해당돼 노동법 위반 소지가 있어서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현재로선 학생들이 집에서 도시락을 싸오도록 유도하는 게 최선”이라고 말했다.
학부모들은 당연히 불만이다. 초등학생 아들을 키우는 맞벌이 주부 김지영 씨(35)는 “학생을 볼모로 힘겨루기를 하는 것 같아 보기에 좋지 않다. 당장 도시락 반찬부터 걱정해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교육계에서는 장기 계획 없이 땜질식으로 인력을 쓰다 보니 지금의 상황이 초래됐다고 지적했다. 공립학교 비정규직 직원은 서울에서만 2010년 1만1723명에서 올해 1만6990명으로 늘었다. 학교에서 맡는 일의 비중은 늘었지만 처우는 개선되지 않아 불만이 커졌다.
현재로선 정부가 이들의 요구를 받아주기는 쉽지 않다. 교과부 관계자는 “큰 그림을 그리지 않고 마구잡이로 비정규직을 채용하다 보니 이제는 비중이 너무 커졌다. 재정 문제를 고려할 때 호봉제 도입 같은 요구 사항을 들어주기 힘들다”고 토로했다.
이번 사태가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과 관련이 있다는 주장도 있다. 비정규직 노조 측 관계자는 “비정규직 처우 개선에 앞장선 인물이 곽 전 교육감이다. 그가 물러난 뒤 협상창구가 갑자기 얼어붙었다. 이번 파업 결정은 그런 상황을 타개해 보자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연대회의의 파업을 대통령선거, 서울시교육감 재선거와 연관 짓는다. 한 표라도 더 얻으려고 고심하는 정치권의 시선을 끌기에 지금이 가장 좋은 시점이라 파업을 결의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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