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채놀이 아내 30억 빚더미… 악성사채 갚으려 국고 빼돌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0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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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여수공무원 범행동기 조사
횡령 76억 중 남은 돈 없어 공금회수 가능성도 희박

전남 여수시 8급 공무원이 아내와 함께 국고 76억 원을 횡령한 사건은 사채업자의 횡포로부터 시작된 것으로 조사됐다.

29일 광주지검 순천지청에 따르면 76억 원을 횡령한 김모 씨(47·여수시 기능8급) 부부 명의 통장과 차명계좌 11개에는 남은 돈이 없었다. 검찰은 김 씨 부부가 횡령한 공금을 사채변제 48억 원, 부동산 구입·생활비 15억 원, 대출금 상환 7억4000만 원 등에 쓴 것으로 보고 있다. 횡령한 공금 대부분을 사채변제에 써 회수도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김 씨의 부인(40)은 2000년대 중반 여수시내에서 옷가게를 시작했다. 2007년경 사채 8억 원을 빌려 지인들에게 사채놀이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처음에는 이자 챙기는 재미를 봤다. 하지만 갈수록 떼인 돈이 늘어나면서 고리로 빌려온 사채는 원금은 물론이고 이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빌린 사채 8억 원이 2009년 7월경 30억여 원으로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씨의 부인은 사채업자 10여 명에게 빚을 갚으라는 협박에 시달려 정신이상 증상까지 보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김 씨는 이 무렵 부인의 사채를 갚기 위해 범행을 시작한 것으로 추정된다. 사채업자들이 김 씨 부부의 공금 횡령 범행을 알았거나 범행을 적극적으로 지시하는 등 가담했을 가능성도 있다.

검찰은 김 씨 부부와 거래한 사채업자들을 파악해 대부업법 위반혐의로 수사할 방침이다. 검찰 관계자는 “자금 흐름이 파악되지 않은 10억 원 정도가 숨겨졌을 가능성이 높아 횡령한 공금이 흘러간 160개 계좌를 분석해 추적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한편 김 씨는 3년 2개월 동안 허위공문서를 작성하고 정부의 전자재무 프로그램인 e호조를 허위로 등록하는 수법으로 국고를 빼돌리면서 자신의 월급을 최고 2억4000만 원이나 신청해 타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김 씨의 범행이 단 한 차례도 상급자에게 적발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여수=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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