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이 경제다]<下>‘민둥산 코리아’ 40년만에 임업선진국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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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0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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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27일 강원 평창군 대관령의 산림에서 열린 임업기능인경진대회에서 참가
자들이 원목을 벌채한 뒤 부산물을 수집하고 있다. 산림청 제공
지난해 10월 27일 강원 평창군 대관령의 산림에서 열린 임업기능인경진대회에서 참가 자들이 원목을 벌채한 뒤 부산물을 수집하고 있다. 산림청 제공
한국의 산은 197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먼지 풀풀 날리는 민둥산이었다. 일제강점기와 6·25전쟁을 거치면서 초근목피로 살아야 했던 국민은 산에서 나무뿌리까지 죄다 캤다. 밥을 짓기 위해, 보온을 위해서였다. 고은 시인은 한 신문 인터뷰에서 “진달래 뿌리도 온전할 리 없어 봄이 와도 피어날 진달래가 없었다”고 당시 산의 모습을 표현했다. 하지만 산림녹화가 성공하면서 이제 한국의 산은 목재산업과 신재생에너지의 기지로 변모했다. 산림청에 따르면 1970년 입목축적(목재자원)이 ha당 13m³에 불과했지만 2010년에는 126m³로 늘어 유엔 식량농업기구(FAO)가 인정하는 임업선진국으로 발돋움했다.

이 같은 산림자원화가 성공을 거두면서 목재가공산업이 수출의 견인차 역할까지 담당하고 있다. 목재의 자급률이 높아지는 상전벽해(桑田碧海)도 경험했다. 1975년 연간 450만 m³의 합판을 수출해 1억 달러를 벌어들였다. 한국도 나무로 경제성장을 이끌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오게 한 대목이다. 올해는 445만 m³의 국내 생산 원목이 공급돼 원목자급률 51.6%를 나타냈다. 총 목재제품 자급률은 16%로 올라갔다. 2000년(5.7%)에 비하면 3배가량으로 늘어난 수치다.

목재산업에는 현재 3000여 개 업체에 8만1000여 명이 종사하고 있으며 이 분야의 연간 생산액은 24조 원 규모다. 산업화에 따른 화석연료 사용 및 산림자원 훼손으로 기후변화의 우려가 전 지구적으로 확산되면서 신재생에너지가 환경뿐 아니라 국가 경제적으로도 크게 부각되고 있다. 이에 따라 이산화탄소(CO₂)를 저감하는 신재생청정에너지인 목재펠릿이 각광 받는 산업으로 떠오르고 있다. 목재펠릿은 목재의 부산물을 고밀도로 압축 가공해 적재와 운송, 보관, 사용을 편리하게 한 제품이다. 목재펠릿 연료비는 경유의 43%, 난방용 등유의 53% 수준이다.

산림청은 2009년부터 목재펠릿 제조시설과 주택용 목재펠릿 보일러 설치를 지원하고 있다. 강원 화천군의 한 농공단지 내 목재펠릿 제조시설에서는 연간 1000t의 목재펠릿을 생산하고 있다.

환경을 지키면서 경제의 견인차 역할을 하는 목재산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산림청은 ‘목재이용캠페인’을 벌이기로 하고 목재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목재산업 진흥 종합계획’(2012∼2016년)도 차질 없이 추진할 계획이다. 산림청 관계자는 “인식의 전환도 필요하다”며 “목재는 좋지만 벌채는 나쁘다는 인식이 팽배한데 산림자원도 역시 농산물처럼 생산하고 수확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역 특성을 감안한 효율적인 목재 이용과 목재에 대한 다양한 인증제 도입 등을 골자로 5월 공포된 ‘목재의 지속가능한 이용에 관한 법률’에 대한 기대도 높다. 배영수 한국목재공학회장(강원대 산림바이오소재공학과 교수)은 “이 법이 효과를 거두려면 관련 학계 산업계 지자체 등이 폭넓게 참여해 합리적인 하위 법령을 마련하고 정부가 법률이 계획대로 시행될 수 있도록 행정적 재정적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끝>

대전=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산림#임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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