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가방 천사’ 故김우수씨 떠난지 1년… 도움 받던 소녀의 추모편지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9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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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 때마다 아저씨 미소 떠올려… 은행원 꿈, 하늘서 응원해주세요”
金씨 뜻 기려 나눔의 꽃 활짝… 후원자 1700명으로

《 아저씨, 잘 지내세요? 가을이네요. 아저씨가 하늘나라로 떠난 지 벌써 1년이 됐어요. 초등학생 때부터 도움을 받으면서도 전 아저씨가 저처럼 고아로 자라 어렵게 사시는 분인 줄 몰랐어요. 아저씨가 사고로 떠나신 작년 9월 25일, 헬멧 쓰고 활짝 웃는 아저씨의 얼굴 사진이 국화에 파묻혀 있는 걸 보고 얼마나 울었는지 몰라요. 제대로 보답도 못했는데….

저는 씩씩하게 잘 지내고 있어요. 컴퓨터학원을 다니며 은행원의 꿈을 키우고 있답니다. 상고 졸업하면 취업할 건데 자격증이 필요하대요. 할머니를 보살피다 보면 몸이 힘든데 그래도 아저씨를 생각하며 힘내고 있어요. 나쁜 생각이 들 때면 아저씨를 먼저 떠올려요. ‘나를 힘들게 도와주신 분이 있는데 열심히 살아야겠구나’ 하고요.

아직 남을 도울 형편은 못 되지만 저도 아저씨처럼 살고 싶어서 요즘 장애인 시설에 나가 봉사활동을 하고 있어요. 누군가를 돕는다는 게 이렇게 보람 있는 일인지 몰랐어요. 나중에 저도 결혼해서 아이를 낳으면 아저씨처럼 키우고 싶어요. 어려워도 웃고 베풀라고 가르칠 거예요. 날씨가 곧 추워지겠죠. 아저씨의 따뜻한 마음이 언제까지나 힘든 사람들의 마음을 녹여 줬으면 좋겠네요. 저도 아저씨가 주신 힘으로 꿋꿋하게 살 거예요. 하늘에서 꼭 지켜봐 주세요. 사랑해요. 그리고 감사해요.

― 2012년 9월 23일 신윤희 올림 》
‘철가방 천사’ 고(故) 김우수 씨로부터 도움을 받았던 신윤희(가명·17) 양이 김 씨 타계 1주년(25일)을 맞아 추모의 편지를 썼다. 김 씨는 2006년부터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나기까지 매달 2만∼3만 원씩을 신 양에게 보내줬다.

1년 전, 고아로 자란 중국집 배달원이 한 달 70만 원을 벌며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을 통해 남몰래 아이들을 도운 사연이 그의 죽음을 계기로 알려지면서 많은 이들이 울었다.

그 후 1년, 그가 들었던 ‘철가방’은 우리 사회에 나눔의 씨앗을 배달하는 사랑의 메신저가 됐다. 김 씨의 도움을 받던 아이들은 그가 사고를 당하기 전까지 7년간 일했던 서울 강남구 일원동의 중국식당 ‘동보성’ 동료들이 이어서 후원하고 있다. 동보성처럼 김 씨의 뜻을 기려 수익의 일부로 어려운 아이들을 돕는 ‘우수처럼 캠페인’에 참여한 단체도 현재 전국에 19곳이나 된다.

지난해 김 씨의 사연을 듣고 후원을 결심한 시민은 현재 1700여 명으로 늘어났다. 회사원 박진천 씨(36)는 “김 씨 덕에 나눔에 눈떴다”며 “아직 아이가 없는데 아이들을 돕다 보면 내 자식처럼 애틋하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어린이재단 콜센터(1588-1940) 및 홈페이지(www.childfund.or.kr)를 통해 김 씨의 나눔 정신에 동참할 수 있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김우수#철가방 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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