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대 5m 거리서… 옆집 성범죄자에 또…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9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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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서 피살 20대 여성 성폭행 당한뒤 질식사 밝혀져
경찰 치안 허점… 40대男 “내가 죽였다” 말하고 잠적

20대 여성이 옆집에 사는 성범죄 전과자에게 피살되는 비극이 또다시 발생했다. 7월부터 며칠 간격으로 터져 나오는 잔혹한 성범죄에 여성들의 불안감은 극도로 고조되고 있다.

11일 충북 청주에서 숨진 채 발견된 20대 여성 변사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청주상당경찰서는 이 여성이 성폭행당한 뒤 피살됐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부검 결과를 13일 통보받고 용의자 검거에 나섰다. 경찰은 피해 여성의 옆집에 사는 성범죄 전과자 곽모 씨(46)를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하고 신병 확보에 나섰다.

이번 사건이 발생한 곳에서 경찰 지구대까지의 거리는 불과 5m였다. 용의자 곽 씨는 친딸을 성폭행한 전과자였지만 전자발찌도 차지 않았고 경찰은 성폭력 우범자로 분류했을 뿐 직접 만나지도 않는 등 우범자 관리에 또다시 허점을 드러냈다.

경찰은 “숨진 A 씨(25)에 대한 2차 부검 결과 시신에서 성폭행 흔적이 나왔다는 결과를 통보받았다”며 “직접적인 사망원인은 질식으로 확인됐으며, A 씨의 양손에서 성폭행을 막기 위해 저항하는 과정에서 난 것으로 보이는 상처도 발견됐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어 “곽 씨의 동거녀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곽 씨가 ‘내가 술을 마신 상태에서 A 씨를 목 졸라 죽였다’고 말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곽 씨는 사건 발생 직후부터 휴대전화를 꺼놓고 잠적한 상태다.

경찰은 처음에는 원한이나 치정에 의한 사건으로 보고 수사했다. 1차 부검에서 사망원인이 질식사로 판명됐고, 외부 침입 흔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경찰은 피해자 주변인물 3명을 용의선상에 놓고 수사를 벌였다.

피해자가 살던 집 창문에서 보면 지구대가 바로 보인다. 경찰 관계자는 “우범자 관리 과정에서 인권 침해 주장이 나올 수 있어 직접적인 관리 대신 주변인들을 대상으로 동향을 파악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경찰청이 최근 잇따라 발생하고 있는 성폭력 범죄 등에 총력 대응하기 위해 이달 3일부터 한 달간 특별방범 비상근무를 발령한 상태에서 이 같은 사건이 발생해 범죄예방 활동이 형식적으로 진행된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충북지방경찰청은 이 기간에 매일 1000여 명의 인력을 동원해 특별방범 활동을 했지만 지구대 인근에서조차 강력범죄를 막지 못하는 허점을 드러냈다. 용의자 곽 씨는 전자발찌를 착용하지 않았지만 성범죄 우범자로 지정돼 최근까지 경찰의 관리를 받아왔다.

청주=장기우 기자 straw825@donga.com
#청주#여대생 피살#성범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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