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배전단 직접 만들어 배포… 부모의 분노가 범인 잡아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9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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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자매를 살해한 김홍일(27)을 검거하는 데 헌신한 피해자 부모는 경찰의 수배전단에 실린 김홍일의 사진이 자신들이 확보한 사진보다 선명하지 못하자 수배전단에 새 사진을 붙인 전단을 만들어 부산 울산 등지를 돌며 배포했다.

금지옥엽처럼 키워온 두 자매를 모두 잃은 아버지 이모 씨는 13일 김홍일이 잡혔다는 소식을 듣자 “(김홍일이) 내 딸을 한꺼번에 죽여 놓고 뻔뻔하게 살아있다는 사실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 용서할 수 없다”며 분노에 몸을 떨었다. 이 씨 부부는 이날도 부산 해운대에서 수배전단을 붙이다가 경찰로부터 김홍일이 출현했다는 연락을 받았다. 부부는 “(출현 소식을 듣고)처음에는 너무 놀랐다. 직접 내 눈으로 보기 전까진 믿을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또 “이제라도 범인이 잡혔으니 두 딸의 한을 어느 정도 풀 수 있겠다”며 “이제 편하게 쉬라는 말을 두 딸에게 해주고 싶다”고 울먹이며 말했다. 자매의 어머니는 끝내 울음을 터뜨리며 주저앉았다. 부부는 1남 2녀를 두었으나 딸 둘을 한 번에 잃었다.

이 씨는 또 “그동안 함께 수배전단을 붙이고 웹사이트 등을 통해 범인의 얼굴을 퍼뜨려준 딸들의 친구들에게 감사의 말을 꼭 전하고 싶다”며 “사형제를 놓고 말들이 많은데 이런 일을 당하고 보니까 꼭 유지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숨진 자매의 이모부는 “딸 둘을 잃은 뒤 부모는 범인을 찾으려고 방방곡곡을 다니는데 김홍일은 살겠다고 50여 일이나 처박혀 숨어있었다”며 “그것을 보니 정말 잡아죽이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또 “김홍일은 재판과정에서 어떻게든 감형을 받으려고 할 텐데 절대로 그런 일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울산=정재락 기자 raks@donga.com
#울산 자매살해#김홍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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