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서구 둔산동 대전시청 1층의 건강카페. 장애인들의 일터인 건강카페에서 윤지은 씨(왼쪽)가 차 주문을 받고 있다. 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대전시청 1층 로비에는 ‘건강카페’가 있다. 지적장애인 8명과 이들을 돕는 비장애인 2명이 근무하며 커피와 빵을 파는 찻집이다. ‘우리는 빵을 팔기 위해 고용하는 것이 아니라 고용하기 위해 빵을 판다’는 카페 한쪽의 모토가 사회적 기업임을 알게 해준다. 이 카페의 커피는 비장애인 바리스타의 도움을 받아 장애인이 만들어 제공하고 빵은 한울타리라는 장애인 복지시설에서 만든 것을 가져다 판다. 연간 매출은 3000여만 원이고 장애인들은 하루 4, 5시간씩 근무하며 50만 원가량의 월급을 받는다.
장애인들은 열린 공간에서 비장애인과 소통하면서 사회생활에 적응해 나간다. 13일 오전 건강카페에는 직원 모두 한눈을 팔기 어려울 정도로 손님이 줄을 이었다. 이 카페에서 일한 지 1년 됐다는 윤지은 씨는 “많은 사람과 만나면서 일을 하고 돈도 벌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카페를 찾는 시민들은 주변의 카페보다 저렴한 가격(아메리카노 커피 1000원)에 만족감을 느낀다. 소비할수록 장애인에게 도움이 된다는 점도 이곳의 매력이다.
이런 긍정적인 효과 때문에 건강카페는 지난해 2월 처음 생긴 이후 하나은행 충청사업본부와 평생교육문화센터 한밭수목원 한밭도서관 국민생활관 서구청에 새로 생겨 현재는 모두 7개로 늘어났다. 동구청도 건강카페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건강카페가 대전시에 확산되면서 장애인 29명이 새로운 일자리를 얻었다. 카페를 위탁받아 운영하는 장애인 단체들은 매월 100만∼150만 원의 수익을 올려 회원 복지 기금을 확충할 수 있게 됐다.
대전시가 처음 시작한 복지모델 사업인 이 건강카페는 전국적으로 확산 추세에 있다. 부산시의 ‘카페C’, 광주시의 ‘이룸 카페’, 충북도의 ‘꿈드래 카페’, 포항시 한동대의 ‘히즈빈즈 카페’, 인천 부평구의 ‘나비북 카페’ 등이 건강카페를 벤치마킹했다. 대전시는 3월 건강카페를 상표로 등록했다. 건강카페는 2010년 10월 염홍철 대전시장이 일본 삿포로 시를 방문했을 때 시청 로비에 설치된 ‘장애인이 일하는 건강카페’를 보고 도입했다.
건강카페는 전국으로 더욱 확산될 것으로 전망된다. 보건복지부가 건강카페 사업을 ‘중증장애인 창업형 일자리 지원 사업’으로 최근 채택했기 때문이다. 대전시에 따르면 복지부는 중증장애인 일자리 창출을 목적으로 카페나 매점 등을 올해 안에 설치하는 공공기관에 20일까지 신청을 받아 최고 5000만 원의 시설비를 지원할 계획이다.
이혜영 대전시장애인복지과장은 “올해 연말까지 5개점을 더 개설하면 대전시에서 모두 50여 명의 장애인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며 “많은 공공기관의 참여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건강카페 업무를 담당하는 권혜영 씨는 “복지부가 정기적으로 공모하는 방식보다 수시로 희망 신청을 받아 지원하는 방식으로 개선하면 건강카페가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훨씬 많이 확산될 것”이라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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