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150% 배당”에 솔깃… “대박” 후기에 속아… 쪽박찬 ‘인터넷 부업’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8월 6일 03시 00분


■ 신종 금융다단계 사기 경보

‘100만 원을 투자하면 한 달 만에 150만 원을 벌 수 있습니다.’

인터넷 게시판을 살피던 유모 씨(36)는 솔깃한 제목의 ‘인터넷 부업’ 광고 글을 봤다. 한 달 만에 투자금의 1.5배를 받을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인터넷사이트에 회원으로 가입한 뒤 돈을 내면 회사가 투자하고 수익금을 주는 방식이었다.

‘인도에 본사를 둔 글로벌 IT 기업’이라고 소개한 V사는 화상채팅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제공해 수익을 낸다고 했다. 투자조건은 12달러(약 1만3600원) 이상을 내는 것뿐이었다.

유 씨는 ‘설마 아무 일도 안 하고 돈을 벌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V사 덕에 큰돈을 벌었다는 후기를 연이어 보면서 의심이 사라졌다. 투자금을 내면 일단 사이버머니로 환전해 주고, 이후 순번에 따라 수익금을 배당하는데 1∼4일이면 원금의 약 50%를 받을 수 있다고 했다. 실제로 본보 취재팀이 5일 이 회사 이름을 넣어 인터넷에서 검색을 해보자 ‘7일 만에 수익을 냈다’ ‘1600만 원 이상을 벌었다’는 글이 쏟아졌다. 유 씨는 적금을 부어 마련한 1300만 원을 이 회사에 투자했다. 하지만 투자 두 달 만인 4월 회사 홈페이지가 폐쇄됐다. 돈을 갖고 회사가 사라진 것이다.

한 달 만에 원금의 150%를 벌 수 있다는 V사의 인터넷 광고. 이 회사에 투자한 피해자들은 광고를 인터넷에 퍼나르며 추가 회원모집에 나서 제2의 피해자를 만드는 등 피해가 꼬리를 물고 있다. 인터넷 화면 캡처
한 달 만에 원금의 150%를 벌 수 있다는 V사의 인터넷 광고. 이 회사에 투자한 피해자들은 광고를 인터넷에 퍼나르며 추가 회원모집에 나서 제2의 피해자를 만드는 등 피해가 꼬리를 물고 있다. 인터넷 화면 캡처
다단계 금융사기가 ‘인터넷 재테크’ ‘인터넷 부업’ 등의 이름을 내세워 온라인으로 무대를 확장해 활개치고 있다. 이들이 투자자를 꾀는 방법은 일종의 ‘폰지 사기’ 수법이다. 자본금은 물론이고 투자 대상도 없지만 고수익을 미끼로 투자자를 모은 뒤 ‘수익금’을 주는 것이다. 이 수익금은 운영회사가 돈을 다른 곳에 투자해 번 게 아니라 다음 투자자가 낸 돈으로 충당된다. 뒤에 참여하는 투자자의 돈이 앞선 투자자의 주머니를 채우는 단순한 방식이다. 신규 투자자가 생기지 않으면 이전 투자자들은 수익금을 받을 수 없다. 이 순간 사기 업체는 기존 투자자 돈을 챙겨 사라진다.

피해도 늘고 있다. V사에서 사기 당한 피해자가 모여 만든 카페에는 5일 현재 가입자가 777명에 달했다. 이 카페 회원 155명이 자신들의 피해액을 더해보니 6억 원을 넘었다. 이 회사 말고도 인터넷에서 ‘인터넷 재테크’ 등으로 검색하면 비슷한 사이트를 쉽게 찾을 수 있다.

하지만 피해 구제의 길은 멀기만 하다. 혹시 돈을 돌려받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신고를 망설이는 데다 피해자들도 인터넷 사이트에서 회사를 홍보하며 투자자를 모집한 적이 있는 경우가 많아 ‘나 역시 가해자가 되는 건 아닐까’ 하는 꺼림칙한 마음을 갖고 있어서다. 1400만 원을 투자했다 고스란히 날린 회사원 김모 씨(32·여)는 “이들 업체는 불법다단계처럼 신규 투자자를 유치하면 모집한 회원에게 일정액을 지급해 신규 투자자 모집에 나서는 사람이 많다”고 설명했다.

정완 사이버범죄연구회 회장은 “별 노력 없이 인터넷에서 쉽게 돈을 벌 수 있다는 업체의 광고는 사기 가능성이 큰 만큼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박승헌 기자 hparks@donga.com  
#다단계 금융사기#인터넷 재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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