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지 다문화 정책 폐지하라” 목청 높이는 외국인혐오단체

  • 동아일보

시민단체인 외국인범죄척결연대가 2일 서울 양천구 출입국관리사무소 앞에서 집회를 열고 있다. 이형관 인턴기자 성균관대 사학과 4학년
시민단체인 외국인범죄척결연대가 2일 서울 양천구 출입국관리사무소 앞에서 집회를 열고 있다. 이형관 인턴기자 성균관대 사학과 4학년
“이 정도 소리 갖고는 안 되지. 소리 더 키웁시다.” 말 끝나기 무섭게 집회 참가자가 대형 스피커의 볼륨을 높였다. 다른 회원도 입을 열었다. “외국인이 우릴 죽일지도 몰라. 칼 갖고 다니잖아.”

서울 양천구 신정6동 출입국관리사무소 앞에 50대 중반의 남녀 10여 명이 ‘억지 다문화 정책을 폐기하라’고 적힌 펼침막을 손에 들고 있었다. 2일 오후 2시. 자신들을 외국인범죄척결연대와 외국인노동자대책범국민연대, 국제결혼피해센터에서 일하는 활동가라고 했다.

이들은 다문화 정책을 추진하는 정부를 성토했다. 한 명이 ‘남성차별 배후세력 여성가족부 해체하라’ ‘사기결혼 비호하는 이주여성인권단체 지원 중단하라’고 선창하자 나머지가 따라 외쳤다.

참가자 중 누군가가 “국민으로서 4대 의무를 다하는데 충성하는 국민을 무시하고, 외국인을 우대하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외쳤다. 탈북자라는 참가자는 “고생해서 모은 1300만 원을 네팔 여성에게 사기 당했다”며 네팔계와 피부색이 비슷한 외국 여성이 지나가자 따가운 눈초리로 쳐다봤다.

외국인들은 등록증을 받거나 상담을 받으려고 출입국관리사무소로 들어가려다 곤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호주 출신의 여성 강사는 “외국인 범죄로 화가 난 마음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외국인이 자주 방문하는 곳에서 이런 행동을 하면 국가 이미지를 망칠 수 있다”고 말했다.

“외국인이 겁먹지 않겠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참가자들은 화를 벌컥 냈다. “국민은 겁 안 먹는 줄 아냐” “내 새끼부터 챙겨야지. 남의 새끼 챙기면 뭐 하냐” “일본 같은 주변 국가들은 모두 단일민족 정책으로 간다. 정부가 단일민족의 분열을 조장한다.”

집회는 3시간으로 예정되었지만 무더운 날씨 탓에 1시간 정도 일찍 끝났다. 시위를 지켜보던 주민은 “우리들이 오해받을까 봐 무섭다. 어느 때인데 단일민족이냐”며 혀를 차면서 자리를 떴다.

노지현 기자 isityou@donga.com  
이형관 인턴기자 성균관대 사학과 4학년  
#다문화 정책#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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