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기세 꺾을 ‘효자태풍’ 올까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7월 30일 10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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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잇따라 발생…제주ㆍ남해상 수∼금 직접 영향
나머지 지방은 평년보다 무더울 듯

전국에 연일 폭염이 이어지는 가운데 최근 북태평양에서 태풍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불볕더위를 식혀줄 수 있을지 기대된다.

30일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28일 오전 필리핀 마닐라 동쪽 약 610㎞ 부근 해상에서 제9호 태풍 '사올라(SAOLA)'가 발생해 중국을 향해 이동하고 있다.

이 태풍은 이날 오후 3시 현재 중심기압 980헥토파스칼(hPa)에 최대풍속 초속 31m, 강풍반경 370㎞로 강도와 크기가 '중형'이다.

현재까지는 2일 오후 대만 북쪽을 지나 중국 푸저우(福州) 근처에 상륙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올라'는 베트남이 제출한 이름으로, 동물의 한 종류다.

'사올라'와 같은 날 오후 발생한 제10호 태풍 '담레이(DAMREY)'는 우리나라와 좀더 가까운 경로로 이동할 것으로 보인다.

'담레이'는 일본 도쿄 남동쪽 약 1천330㎞ 부근 해상에서 발생해 이날 오후 3시 현재 시속 13㎞의 비교적 느린 속도로 북북서쪽을 향해 움직이고 있다. '담레이'는 캄보디아 말로 코끼리를 뜻한다.

이 태풍은 다음달 2일 오후 서귀포 서남서쪽 약 170㎞ 해상까지 진출할 것으로 기상청은 보고 있다.

현재 최대풍속 초속 19m, 강풍반경 200㎞의 '꼬마 태풍'인 '담레이'는 1일 오후 최대풍속 27m, 강풍반경 250㎞의 중급 태풍으로 발달할 전망이다.

이들 태풍은 한반도에 직접 상륙해 영향을 주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매우 강한 북태평양 고기압이 한반도 근처에 동서로 버티면서 태풍을 중국 쪽으로 밀어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담레이'는 우리나라에 접근하면서 세력이 다소 강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비와 바람이 상대적으로 센 진행 방향의 오른쪽에 우리나라가 위치한다는 점도 무더위 해소에 긍정적이다.

'사올라'는 대만 근처를 지나는 2일 오후 중심기압 950헥토파스칼, 최대풍속 초속 43m에, 강풍반경 530㎞의 대형 태풍으로 발달할 전망이다.

비교적 멀지 않은 거리에서 태풍 두 개가 상호작용을 하면서 기압계를 변화시킬 가능성이 있어 진로 예측의 폭이 점차 넓어지고 있다고 기상청은 전했다.

이들 태풍이 우리나라에 얼마나 많은 비와 바람을 뿌리고 더위를 식힐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기상청은 일단 다음달 1일 오후 제주도 남쪽 먼 바다를 시작으로 2¤3일 제주도와 남해상이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서해상과 남해안 일부는 간접적인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크고 강원영동 지방에도 동풍기류가 유입되면서 비가 내릴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그러나 비바람 없이 태풍으로부터 습한 공기가 쏟아져 들어오면 습도만 올라가는 최악의 상황이 올 수도 있다.

실제로 기상청은 태풍의 영향권 바깥에 있는 나머지 지방은 이 기간 기온이 평년보다 높아 무덥고 열대야가 나타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다량의 열과 수증기가 축적된 탓에 돌풍과 천둥ㆍ번개를 동반한 국지적 소나기가 내릴 수는 있다.
기상청 관계자는 "'담레이'가 제주도 남쪽 먼 바다로 지나가더라도 우리나라가 오른쪽에 있기 때문에 바람이 좀더 세게 불 수 있다"며 "내륙 지방에는 별다른 영향이 없을 것으로 보이지만 아직 진로가 유동적이어서 제주도와 어느 정도 떨어져서 이동할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폭염의 기세를 꺾은 태풍으로는 1994년 7¤8월 기록적인 폭염 당시 잇따라 찾아온 '월트'와 '브렌던'이 있다.

7월말 태풍 '월트'가 영남 지방을 중심으로 영향을 주면서 거의 매일 40도에 육박하던 대구의 낮 최고기온이 27.9도까지 떨어지는 등 무더위가 잠시나마 힘을 쓰지 못했다.

당시 대구는 '월트'가 지나가자마자 35도를 오르내리는 폭염이 다시 맹위를 떨치다가 며칠 뒤 태풍 '브렌던'이 상륙하면서 기온이 30도 안팎으로 내려갔다.

'월트'는 당시 극심하던 가뭄도 해결해 말 그대로 '효자 태풍'이었다. '브렌던'도 가뭄 해소에 도움은 됐지만 28명이 사망·실종되는 피해를 줬다.

<동아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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