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 女초등생 살해범 “죽을 죄 졌다”…현장검증서 눈물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7월 26일 1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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덤덤하게 범행 재연하다 끝내 눈물…유족ㆍ주민들 분노

"죽을 죄를 졌습니다."

통영 여자 초등학생 살해 사건의 용의자 김점덕(45)이 26일 현장검증에서 후회의 눈물을 흘렸다.

한모(10ㆍ초4)양을 성폭행하려다 살해ㆍ암매장한 혐의를 받고 있는 김점덕은 유족과 주민 등이 지켜보는 가운데 비교적 덤덤하게 범행을 재연했다.

하지만 한 양의 시신을 자신의 트럭으로 옮기는 장면을 재연하다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유족들은 오열했고, 주민들은 고성을 지르거나 양산으로 김점덕의 머리를 내려치는 등 분노를 표했다.

○ 덤덤하게 범행 재연

김점덕은 경찰호송버스에 태워져 이날 오전 9시50분께 사건 발생 장소인 통영시 산양읍의 한 마을에 도착했다.

그는 모자나 마스크를 쓰지 않고 얼굴을 그대로 드러낸 채 버스에서 내렸다. 짙은 남색 상의에 검은색 등산바지 차림이었다.

김점덕은 가장 먼저 한 양이 자신을 태워달라고 말했다는 버스정류장으로 향했다.
그는 버스정류장에서 당시 상황을 진술할 때나 한 양을 트럭에 태운 뒤 손을 결박하는 장면 등을 재연할 때까지만 해도 덤덤하게 현장검증에 응했다.

그러나 자신이 세 들어 사는 마을 회관에 도착해 방에서 한 양을 살해할 당시를 재연할 때는 눈을 지그시 감거나 고개를 숙이는 등 동요하는 모습을 보였다.

김점덕은'한 양을 어떻게 했냐'는 경찰의 질문에 눈을 지그시 감고 1~2초간 침묵하다가 "그냥 죽였습니다"라고 대답했다.

그는 숨진 한 양을 마대자루에 싸서 회관 마당에 있는 트럭 짐칸에 이를 싣는 모습을 재연하다가 끝내 눈물을 보였다.

그러면서 "죽을 죄를 졌다. 아름이가 다음 세상에서 편히 살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유족은 오열…주민들은 분노 표출

이날 통영 여초등생 살해 사건 현장검증에는 한 양의 아버지를 포함, 유족 10여명이 나와 오열했다.

한 양 아버지는 처음에 "차마 못 보겠다"며 현장 가까이에 나오지 않으려고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김점덕이 한 양의 휴대전화를 맨홀에 버리는 장면을 재연하는 것을 20여m 정도 떨어진 곳에서 지켜보던 한 양의 아버지는 결국 눈물을 쏟아냈다.
인근의 김점덕 아버지 집에 들어가서 "(범행 사실을) 알았을텐데 왜 말 안했냐"며 통곡하기도 했다.

주민 등 50여명도 먼 발치에서 김씨의 범행 재연을 지켜봤다.

현장검증을 보기 위해 다른 마을에서 일부러 왔다는 장모(여ㆍ58)씨는 화를 참지 못하고 김씨의 머리를 양산으로 내려치기도 했다.

장씨는 "딸 키우는 입장에서 너무 화가 난다"며 분을 삭이지 못했다.

다른 주민들도 "그 어린 것에게 어찌 그럴 수 있느냐"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김점덕 아버지 "유족들에게 죄송한 마음 표할 길 없어" 사과 편지

숨진 한 양과 같은 마을에 살고 있는 김점덕의 아버지는 이날 현장에 나오지 않고 집에 계속 머물렀다.

그는 "동네를 놀라게 했고 그 어린 아이에게 피해를 줬으니 무엇이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에 사과문을 작성했다"고 했다.

A4용지 한 장짜리 사과문에는 "유족과 마을 주민들에게 대신 사과를 드린다. 이시간부터는 다 잊고 새출발 하길 바란다"는 내용이 담겼다.

김점덕의 아버지는 조만간 이장을 통해 주민들에게 사과문을 전달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한편 김점덕의 베트남 출신 부인과 두살배기 딸은 이날 오전 7시 쯤 현장검증에 앞서 마을을 떠난 것으로 확인됐다.

남편이 체포된 후 김점덕의 부인은 사람들과의 대면을 꺼리는 등 심적 불안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동아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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