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가천대 길병원 ‘닥터 헬기’ 도입 10개월, 응급환자 20분만에 이송… 115명 중 97명 살렸다

  • 동아일보

인천 남동구 구월동 가천대 길병원 응급의료센터 의료진이 옥상에 착륙한 닥터헬기에서 환자를 옮기고 있다. 가천대 길병원 제공
인천 남동구 구월동 가천대 길병원 응급의료센터 의료진이 옥상에 착륙한 닥터헬기에서 환자를 옮기고 있다. 가천대 길병원 제공
지난달 25일 낮 12시경 인천 남동구 구월동 가천대 길병원에 긴급 전화가 걸려왔다. 강화군 동막리의 한 펜션 수영장에서 놀던 여자 어린이(4)가 심장마비 증세를 일으켜 119구급대원들이 출동해 심폐소생술을 실시했지만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는 내용. 이 병원이 운영하는 응급전용헬기인 ‘닥터헬기’는 신고를 접수한 지 20분 만에 의료진을 태우고 현장에 도착했다. 의료진은 헬기에서 어린이 환자의 기관지에 산소 호스를 꽂은 채 응급조치를 하며 10여 분 만에 환자를 병원 응급의료센터로 옮겼고, 전문 의료진이 투입돼 다음 날 의식을 되찾았다.

정부와 인천시가 의료시설이 열악한 섬 지역에서 발생하는 응급환자를 위해 지난해 9월 전국 최초로 도입한 길병원의 닥터헬기가 최근까지 100명이 넘는 응급환자를 이송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헬기는 응급의료 장비를 갖춘 데다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탑승한 채 신속하게 현장에 도착하기 때문에 ‘에어 앰뷸런스(Air Ambulance)’로 불린다.

길병원에 따르면 17일 현재 닥터헬기는 그동안 인천지역 환자 115명을 이송했다. 이 가운데 18명은 도착 당시 이미 과다출혈이나 중증 증세 등을 보여 사망했지만 나머지 환자는 대부분 증세가 호전돼 퇴원했거나 입원 치료를 받고 있다. 증세별로는 절단 사고 등에 따른 중증 외상 환자가 45명으로 가장 많았으며 뇌혈관질환(20명)과 심혈관질환 환자(19명) 순으로 나타났다. 지역별로는 섬 지역이거나 의료시설이 부족한 강화군(30명)과 옹진군(28명), 서구(13명) 등이 많았고, 고속도로에서도 29명이 이송됐다.

이처럼 닥터헬기로 이송된 환자들의 생존율이 높은 것은 무엇보다 이송 시간을 크게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닥터헬기를 도입한 뒤 섬 마을 주민들이 응급치료를 받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이 80분 이상 단축된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복지부가 12일 개최한 ‘응급의료 전용헬기 시범사업 효과분석’ 평가보고회 자료에 따르면 길병원과 전남(목포 한국병원)에 배치된 닥터헬기는 지난해 9월부터 올 3월까지 6개월 동안 모두 139명의 환자를 실어 날랐다. 닥터헬기를 통해 이들 섬 지역 환자를 이송하는 데 걸린 시간은 평균 20분으로 나타났다. 응급환자 발생 신고를 접수한 뒤 곧바로 배를 투입하더라도 평균 102분 정도가 걸리는데 닥터헬기가 82분이나 줄였다는 설명이다.

또 의료진이 사고현장에서부터 직접 환자를 처치하기 때문에 중증환자 치료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이 밖에 닥터헬기로 환자를 옮기는 과정에서도 병원과 무선통신을 해 응급실에서 수술 준비를 미리 해놓아 신속한 치료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이에 따라 인천시는 의료시설이 가장 부족한 옹진군 섬 주민들을 위해 현재 육지에서 70km 거리로 제한하고 있는 닥터헬기의 운항 범위를 130km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운항 범위가 늘어나면 현재 백아도와 울도까지 운항하는 닥터헬기가 연평도 환자까지 이송할 수 있다. 시는 접경지 문제 때문에 국방부, 대한항공과 운항 범위를 협의 중이며 하반기에는 확대 운항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아울러 시는 연평도 등 일부 섬에만 설치된 비상진료소를 내년에는 대청도 7곳과 소청도 2곳에 추가로 설치할 계획이다. 정부는 인천과 전남 이외에 새로운 지역에 닥터헬기를 추가로 배치할 방침이다.

황금천 기자 kchwang@donga.com
#길병원#응급환자#닥터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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