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총참모장 이영호 단칼에 벤 30세 수령 김정은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7월 17일 03시 00분


북한군 이영호 총참모장은 2011년 9월 차수로 승진해 노동당 정치국 상무위원과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을 동시에 거머쥐며 권력의 핵심으로 등장했다. 그는 김정일 사망 이후 발표된 국가장의위원회 명단에서 권력서열 4번째 자리를 차지했다. 김정은이 비교적 단기간에 군부 1인자로 부상한 이영호를 그제 갑작스럽게 해임한 것은 당과 군에 몰려올 격변의 예고편일 수도 있다.

북한은 15일 열린 중앙위 정치국 회의에서 이영호를 정치국 상무위원을 비롯한 모든 직무에서 해임하기로 결정했다며 이유를 ‘신병 관계’라고 밝혔다. 신병 때문이라면 굳이 일요일에 회의를 소집해 급하게 처리할 필요가 없다. 북한에서는 고위층의 경우 병이 위중해도 직을 유지시키는 게 관례다. 2010년 10월 심장병으로 사망한 조명록은 2006년부터 건강이 나빠져 일을 못했지만 죽을 때까지 국방위원회 제1부위원장 자리를 지켰다. 해임 사실을 하루 뒤인 16일 오전 6시에 신속하게 발표한 것도 매우 이례적이다.

총참모장 숙청은 김정은의 권력 강화와 관련된 조치로 보인다. 전격적으로 결정하고 신속하게 공표해야 할 절박한 사정이 있었을 것이다. 이른바 ‘백두산 줄기’가 대를 물려 지배하는 북한에서 군사반란은 생각하기 어렵다. 민간 출신인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과 최룡해 총정치국장에게 힘을 실어주려고 이영호를 제거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집권 7개월을 맞은 김정은이 자신의 뜻을 펴기 위해 군부 강경파를 쳤다는 외신들의 관점도 그럴듯하다. 69세인 이영호가 김정일과 동갑이라는 점을 들어 김정은이 세대교체를 시작했다고 보는 전문가들도 있다.

정부는 정보자산을 총동원해 북한 육해공군을 총괄 지휘하는 총참모장의 갑작스러운 퇴장에 따른 상황 변화를 추적해야 한다. 북한 권력층의 재편만큼 남북관계에 영향을 미치는 안보 변수는 없다. 북한은 어제 남한과 미국의 지령을 받고 북한에 침투한 테러행위를 적발했다고 주장했다. 내부 혼란을 감추기 위해 남한과의 갈등을 조작하는 수법도 경계해야 한다.

김정은은 최근 3차례나 부인으로 추정되는 여성과 공개행사에 나타났다. 여러 명의 부인이 있었지만 장막 뒤에 감췄던 김정일과는 다른 처신이다. 북한은 젊은 통치자가 결혼을 했는지, 동반자가 부인인지 여동생인지조차 공표하지 않는다. 통치 스타일이 아버지와는 다른 30세 절대수령의 행보를 치밀하게 분석하고 예측하는 것이 대북(對北) 정보기관의 할 일이다.
#이영호#김정은#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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