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길 명품 길]<16>서양화가 강구원씨의 경기 포천 모루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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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7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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찻집 - 갤러리 옹기종기 품은 ‘낭만 골짜기’

12일 경기 포천시 모루길 카페 밀집 지역에서 서양화가 강구원 씨가 1989년 처음 모루길에 작업실을 차렸을 당시의 풍경을 설명하고 있다. 카페 한두 곳만 자리 잡았던 이 일대는 이제 예술가의 창작 활동과 조화를 이룬 카페촌이 들어서 있다. 조영달 기자 dalsarang@donga.com
12일 경기 포천시 모루길 카페 밀집 지역에서 서양화가 강구원 씨가 1989년 처음 모루길에 작업실을 차렸을 당시의 풍경을 설명하고 있다. 카페 한두 곳만 자리 잡았던 이 일대는 이제 예술가의 창작 활동과 조화를 이룬 카페촌이 들어서 있다. 조영달 기자 dalsarang@donga.com
세상은 갈수록 복잡해진다. 복잡함은 사람을 지치고 힘들게 만들지만 다양함을 만나게 해주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특히 도심의 복잡함이 아니라 자연과 어우러져 다양한 문화를 만날 수 있다면 이런 복잡성은 환영받기에 충분하다. 주변 도로망이 개선돼 접근성이 한결 좋아진 경기 포천시의 모루길에 이런 매력이 숨어 있다.

○ 자연 속 다양한 문화가 매력

12일 경기 포천시 소흘읍 고모산과 죽엽산 사이 고모리 저수지를 따라 조성된 4km 남짓한 ‘모루길’. ‘모루’는 산이 높고 수풀이 우거졌다는 순우리말이다. 문화와 예술, 그리고 역사가 어우러진 이 ‘슬로 로드’를 서양화가 강구원 씨와 함께 걸었다. 강 씨는 1989년 이곳에 작업실을 차리면서 인연을 맺은 뒤 20년 넘게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지방도 383호선을 따라 들어오다 보면 이국적인 풍경의 카페 밀집 지역이 나온다. 길을 따라 조금만 더 걷다보면 고모리 저수지의 시원한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마음이 느긋해진다. 저수지와 산을 끼고 굽이굽이 이어진 길은 자연과 문화 예술을 연결해 주는 통로가 된다. 1992년 카페 ‘고모리 691’이 이곳의 지명과 번지를 따 저수지 인근에 처음 공연장을 연 것이 시초. 이제는 골짜기마다 미술관이나 갤러리를 겸한 카페, 시 낭송을 여는 전통찻집, 연극과 마임을 할 있는 소극장, 재즈공연장 등 80여 곳이 모여 이 지역만의 독특한 문화를 만들어내고 있다. 케케묵은 골동품가게와 옹기점, 토기판매점 등도 지나가는 이들의 눈을 즐겁게 한다.

무엇보다 인근에 자연환경이 잘 보존된 광릉수목원이 있어 이곳을 찾는 이들의 오감을 만족시켜준다. 1년 내내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밤에는 산책로를 따라 밝혀진 카페들의 분위기가 로맨틱하다.

○ 수목원 가는 길에서 만나는 예술

모루길 중간 중간에는 먹을거리뿐 아니라 즐길거리와 볼거리도 풍성하다. 고모리 저수지 인근에는 고구려 광개토대왕이 이 지역을 점령한 후 쌓았다는 전설의 고모루 산성이 있다. 지금은 성곽 대부분이 무너지고 흔적만 남아 있다. 이 일대에 오르면 주변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어 전투 요충지라는 점을 쉽게 알 수 있다.

회화 조각 공예 사진 등 다양한 분야 작가들의 작품을 만날 수 있는 모산갤러리, 유강갤러리, 물꼬방미술관 등에서는 수시로 전시, 공연이 펼쳐진다. 조금 떨어져 있는 아프리카 예술박물관도 가볼 만하다. 외관은 서아프리카 말리공화국의 이슬람사원 젠네 대사원을 토대로 설계했다. 아프리카 생활과 문화를 간접 체험할 수 있는 문화공간이다. 매년 9월이면 순수 예술인을 직접 만날 수 있는 아트페스티벌(9월 20∼24일)이 열린다. 축제 기간엔 고모리 무림리 직동리 등에서 생활하며 창작 활동 중인 예술가 100여 명이 방문객과 직접 만나 소통한다. 축제 기간에는 갤러리 공연장 마을회관 학교 카페 등 주변 모든 곳이 공연장이고 전시장이다. 작가들은 개인 작업실도 특별히 공개한다. 방문객들은 이곳에서 각종 체험활동도 할 수 있다.

조영달 기자 dalsarang@donga.com
#서양화가#강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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