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노숙인 ‘자활의 꿈’ 담은 감자 사세요”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7월 12일 03시 00분


서울시, 13일까지 1400kg 판매

유난히 긴 가뭄이 이어졌던 지난달 누구보다 속이 타들어간 이들이 있었다. 서울 시내노숙인 재활시설과 쪽방, 고시원 등에 살고 있던 노숙인 40명. 이들은 귀농을 준비하기 위해 4월부터 서울시가 운영하는 서울영농학교에 들어가 작물 수확에 공을 들이고 있었다. 영농학교 수업은 경기 양평군 용문면 시립 양평쉼터에서 일주일에 세 차례씩 열렸다.

이들은 4월 초 입학식 이후 씨감자를 밭에 심고 정성껏 기르기 시작했다. 노숙인들은 하루가 다르게 싹이 커가는 모습을 바라보며 농부의 꿈을 키웠다. 가뭄이 극심했던 지난달에는 거의 매일 밭을 찾아 감자가 말라죽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며 돌봤다. 다행히 이들의 노력이 결실을 봐 지난주 씨감자 1400kg을 수확할 수 있었다. 지난주 직접 감자 수확에 나섰던 노숙인 오모 씨는 “주먹만 한 감자들이 땅속에서 나올 때마다 잃어버렸던 소중한 꿈을 다시 캐내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노숙인 귀농학교 학생들이 3개월 동안 친환경 무농약 공법으로 정성껏 일군 감자 1400kg을 판매한다고 11일 밝혔다. 12, 13일 이틀 동안 오전 11시 반부터 오후 1시까지 서울시청 서소문청사 후생동 앞에서 판매한다. 김경호 서울시 복지건강실장은 “앞으로 귀농 지원을 포함한 다양한 일자리 연계 방안을 마련해 노숙인의 자활을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구입 문의 양평쉼터(031-773-4983), 시 자활지원과(02-6360-4513).

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
#노숙인#감자 판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