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민주·인권·평화센터 옆에 구치소 건립 논란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7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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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 “광주교도소 이전 터 일부에 신설 추진”
광주시의회-5·18단체 “센터 취지 안맞아” 반발

광주시가 민주·인권·평화센터 건립을 추진하는 광주교도소 이전 터에 법무부가 구치소 건립을 검토하자 각계 반발이 확산되고 있다.

9일 법무부와 광주시에 따르면 현재 광주 북구 문흥동에 있는 광주교도소(10만8423m²·약 3만2800평) 터 일부에 구치소를 건립하는 안이 검토되고 있다. 법무부는 호남지역에 구치소가 한 군데도 없어 이곳에 건립하기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치소는 미결수(구속된 상태에서 재판 중인 사람), 교도소는 기결수(실형 선고가 확정된 사람)를 수용하는 곳이다. 그간 미결수와 기결수를 교도소에 함께 수용하면서 미결수에 대한 인권 침해 논란이 제기됐다. 법무부는 현 교도소가 2015년 북구 삼각동으로 이전하면 3만 m²(약 9000평)의 터에 구치소를 건립한다는 방침이다. 광주교도소는 2013년까지 삼각동으로 이전하기로 했으나 토지 매입과 진입로 개설 등이 늦어져 2014년 말 공사가 끝나면 2015년 상반기에 이전이 완료될 것으로 보인다.

광주시는 법무부가 교도소 터의 3분의 2(6만∼7만 m²)를 무상양도하기로 하자 이곳에 민주·인권·평화센터를 건립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기본용역을 실시 중이다. 하지만 지역 정가와 시민사회단체에서는 이전 터에 구치소가 들어서는 것은 센터 건립 취지와 맞지 않는다며 반발하고 있다.

광주시의회는 법무부 계획에 반대하는 건의안을 채택할 계획이다. 조오섭 의원은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에 인접한 현 광주교도소 터는 한국 민주주의 교육의 장으로 활용돼야 한다”며 “건의안을 청와대와 법무부, 여야 대표 등에게 보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민주통합당 북구갑 지역위원회는 구치소 건립 반대를 위한 주민 서명운동에 돌입하기로 했다. 5·18민주유공자설립추진위원회도 성명을 통해 “5·18 사적지인 광주교도소 터에 구치소를 건립하려는 계획을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추진위는 “광주교도소는 5·18 당시 수많은 시민이 끌려가 고문을 당하고 목숨을 잃은 중요한 사적지”라며 “5·18 참여자들과 민주인사에게 가했던 엄청난 국가폭력에 대한 배상차원에서 터 전체를 무상 양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법조계에서는 미결수의 인권과 원활한 법무행정 등을 위해 구치소는 필요하며 민주·인권·평화센터와 구치소가 공존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범죄 혐의자에 대한 선입견이 있어 구치소 건립을 반대하는 것 같다”며 “구치소 외관 설계를 잘한다면 민주·인권·평화센터 건물과 함께 있어도 어색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은 광주지역 변호사들을 상대로 구치소와 민주·인권·평화센터 건립 문제에 대한 의견을 수렴할 계획이다. 민변 관계자는 “교도소와 분리된 구치소가 법원과 가까운 거리에 신설되는 데 대해 반대할 일은 아니다”며 “민주·인권·평화센터의 상징성 등을 감안해 구치소와 센터가 공존하는 모양새에 대해 회원들의 의견을 수렴한 뒤 입장을 밝히겠다”고 전했다.

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광주#민주·인권·평화센터#광주 교도소#구치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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