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평균연령 73세… 함평 107인의 실버 양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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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7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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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남 17개시군 초고령화 사회… 노인 일자리 창출 팔걷어

전남 함평 실버양봉단 소속인 정길진 씨가 자신의 집 텃밭에서 벌을 살펴보고 있다. 함평군 제공
전남 함평 실버양봉단 소속인 정길진 씨가 자신의 집 텃밭에서 벌을 살펴보고 있다. 함평군 제공
3일 전남 함평군 월야면 외치리의 한 가정집 텃밭. 정길진 씨(93)가 벌통을 부지런히 살펴보고 있었다. 그는 지난해부터 소일거리로 양봉을 하면서 즐거움을 찾고 있다. 구순을 넘겼지만 양봉을 위해 매일 텃밭에 나온다. 정 씨는 “양봉으로 일가친척들에게 꿀을 나눠주고 손자들에게 줄 용돈도 벌고 있다”고 말했다.

함평에서는 65세 이상 노인 107명이 양봉을 하고 있다. 함평군 농업기술센터는 지난해부터 노인 일자리 창출과 활기찬 여가생활을 위해 실버양봉단을 만들어 각종 지원을 하고 있다. 실버양봉단은 평균 연령이 73세나 된다. 배철진 함평군 농업기술센터 양봉담당은 “노인들이 양봉을 하면서 로열젤리 등을 먹어 건강까지 챙기는 등 다양한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말했다.

전남 광양시 옥곡면 신금경로당 노인 13명은 함께 모여 특산품인 매실로 비누를 만들고 있다. 매실비누는 비누 냄새가 전혀 나지 않아 한 번 구입한 소비자들이 계속 찾을 정도로 인기가 많다. 인근 광양시 광양읍 명암경로당 노인 10명도 베개, 스카프, 이불, 가방 등을 염색해 판매하고 있다. 노인들이 제조하는 이불은 신혼부부들에게 인기가 많을 정도로 고품질 천연염색 상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전남 담양군 남면 연천리 반석경로당 노인 10명은 대숲 맑은 재콩나물을 생산해 판매하고 있다. 할머니들은 국산 콩과 볏짚을 태워 만든 재, 그리고 맑은 물만 사용하는 재래방식으로 시루에 콩나물을 키운다. 일반 콩나물에 비해 뒷맛이 개운하고 고소해 인근 음식점에서 주문 전화가 늘고 있다. 할머니들은 콩나물 판매수익금 일부는 경로당 난방비 등으로 쓰고 남는 수익금은 홀로 사는 노인들을 위해 사용하고 있다. 전만수 이장은 “7, 8월은 콩나물 비수기라 쉬고 있지만 콩나물 재배로 마을에 생기가 돈다”고 말했다.

전남지역은 인구 191만 명 가운데 35만 명(18.6%)이 65세 이상 노인이다. 전남도 내 17개 시군은 전체 주민 중 65세 이상 노인이 20%가 넘는 초고령화 사회에 접어들었다. 그만큼 노인일자리 사업의 역할과 의미가 큰 것이다. 노인일자리 창출사업은 노인 소득 보장은 물론이고 건강 증진에도 기여하고 있다. 노인 일자리 사업이 활성화된 경로당은 농한기에도 심심풀이 화투 대신 일을 하는 등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전남도 관계자는 “노인 일자리 사업이 경로당 운영기금을 적립해 자립기반을 마련하거나 경로당을 건전한 여가활동 공간으로 변신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양봉#비누#재콩나물#노인일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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