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누에고치의 재발견

  • 동아일보

입는 양잠서 건강식품-기능성 소재로 발전
영천 “종합단지 착공”-경주 “미래산업 육성”

경북 영천시 고경면 오룡리 누에체험학습관에 설치한 대형 누에조형물을 어린이들이 관람하고 있다. 영천시 제공
경북 영천시 고경면 오룡리 누에체험학습관에 설치한 대형 누에조형물을 어린이들이 관람하고 있다. 영천시 제공
“배설물도 약으로 쓰죠. 버릴 게 없다니까요.”

누에 예찬론자인 경북 영천시 고경면 오룡리 이상구 씨(53)는 최근 이같이 밝히며 누에의 효용을 설명했다. 그는 “5, 6월 정성을 쏟으면 누에는 훨씬 더 많은 것을 돌려준다”고 덧붙였다.

‘누에마을’로 잘 알려진 오룡리는 산으로 둘러싸여 있다. 뽕밭 70만 m²(약 20만 평)가 있고 농약을 사용하지 않아 누에를 키우기에 좋은 청정지역이다. 35농가가 매년 생누에 1만5000t을 생산한다. 가구당 소득은 2000여만 원. 억대 수익을 올리는 농가도 있다.

농민들은 누에 진액과 분말로 건강식품을 만들어 부가가치를 높인다. 마을에 있는 누에체험학습관은 연간 1만5000여 명이 찾는 명소가 됐다. 뽕나무 열매인 오디 따기 체험 프로그램에도 3000여 명이 참가할 정도로 반응이 좋다.

실크(비단) 제조에만 머물러 사양길이라던 양잠(養蠶)이 변신을 거듭하면서 농촌의 새로운 소득원으로 자리 잡고 있다. ‘입는 양잠’에서 건강식품과 첨단 신소재 산업 등 부가가치가 높은 곳으로 범위를 넓혀가고 있는 것.

경북도와 영천시는 곧 기능성 양잠산물 종합단지를 착공한다. 2014년까지 60억 원을 들여 가공시설, 뽕잎을 이용한 한과와 엿을 생산하는 전통식품 생산시설, 전시 판매 체험시설을 만든다. 최필환 영천양잠농협조합장(53)은 “단지 조성이 끝나면 양잠농가는 현재의 2배인 270가구, 매출액은 10배 많은 350억 원 이상으로 증가할 것”이라며 “제품 부가가치를 높이는 브랜드도 개발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경주시도 뽕밭 1만 m²(약 3000평)를 조성하고 누에고치 동결건조장비, 누에 알 부화시설을 설치하는 등 양잠산업 육성에 나섰다. 올해까지 뽕밭 면적을 2배 늘리고 생산 기술 개발과 유통망도 확대한다. 울진군 농업기술센터와 농촌진흥청은 최근 누에고치를 이용한 의료용 ‘실크인공고막’ 개발에 성공했다. 고막 재생이 잘되고 부작용도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의료기기 생산업체 ㈜바이오알파는 식품의약품안전청에서 신제품 생산 허가를 획득해 상용화에 나설 예정이다.

양잠은 1970년대 전성기를 누리다가 1980년 중반 값싼 중국 생사가 수입되고 화학섬유가 등장한 이후 하락세로 접어들었다. 그러나 최근 다양한 분야로 진출하며 매년 성장하고 있다. 전국 누에 사육량 49%를 차지하는 경북도는 양잠 생산액이 2013년 80억 원, 2015년 100억 원으로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도는 2016년까지 276억 원을 들여 양잠을 미래 산업으로 도약시킨다는 구상을 하고 있다. 이병학 경북 잠사곤충사업장장은 “누에 생산 농가의 경쟁력을 키워 자유무역협정(FTA)을 이겨내는 새로운 성공 모델로 만들 계획”이라고 밝혔다.

장영훈 기자 jang@donga.com
#누에#누에마을#양잠산물 종합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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