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수술 파업, 여론조사로 결정”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6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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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괄수가제 찬성 많으면 수술거부 방침 철회키로
병원협회 “파업동참 안해”

정부의 포괄수가제 시행에 반발해 백내장과 편도 등 7개 질환에 대해 수술 거부를 선언했던 대한의사협회(의협)가 국민여론조사를 실시해 찬성 의견이 더 많다면 수술 거부 방침을 철회키로 했다.

노환규 의협회장은 14일 동아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여론조사 전문기관을 통해 1000∼2000명을 대상으로 5∼10개 문항의 설문조사를 실시해 결과를 발표하겠다. 국민 전체를 대표할 수 있도록 대상자를 선정할 방침이다”라고 말했다. 노 회장은 이어 “조사 결과 국민이 정부가 추진하는 포괄수가제를 원한다는 답이 나온다면 의사협회도 따르겠다”고 덧붙였다. 발표 시기는 포괄수가제를 시행하는 7월 1일 전후가 될 것으로 보인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09년 정부가 비슷한 조사를 벌인 적이 있다. 당시 조사에서는 포괄수가제에 대한 만족도가 96%로 현행 행위별수가제의 87%보다 높게 나왔다. 제도의 틀이 크게 달라지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의협이 실시할 여론조사 결과도 비슷한 수준으로 나올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일각에서는 의협이 수술 거부 방침을 사실상 철회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의협이 수술 거부 의사를 밝힌 지 이틀 만에 태도를 바꾼 데는 일반 시민의 반응이 차가운 데다 병원들이 의협의 수술 거부에 반대하는 입장을 밝힌 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884개 병원이 소속된 대한병원협회는 “매년 물가인상률을 반영해 포괄수가가 인상되도록 법에 넣어야 할 필요는 있지만 (의협의) 수술 거부 방침에는 반대한다”고 이날 밝혔다.

대한전문병원협의회 역시 “국민의 건강과 관련된 만큼 신중해야 한다”면서도 의협에 대해서는 반대 방침을 명확히 했다.

의협의 파업 방침에 동참하지 않는 진료과도 나오고 있다. 이미 대한산부인과의사회와 대한산부인과학회는 13일 “포괄수가제에 불만이 있지만 제왕절개수술은 그대로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의사 커뮤니티 사이트에도 “파업에 일부만 참여하고 나머지는 빠지면 어떻게 되느냐”는 질문이 잇따르고 있다.

이 모든 점을 감안하면 의협이 다음 달 파업을 벌여도 환자들에게 미치는 영향은 12년 전 의약분업 파업만큼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안과 등 일부 진료과의 경우 파업이 시작되면 파행이 우려된다. 가령 백내장(수정체) 수술의 경우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에 따르면 2010년 시행된 37만여 건의 약 80%인 29만5613건이 동네의원에서 시술됐다. 동네의원 의사들이 파업에 참여할 경우 환자 불편이 커질 수밖에 없다.

노지현 기자 isityou@donga.com  
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포괄수가제#대한의사협회#수술 파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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