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국토순례 5년째… 눈은 안보여도 렌즈로 세상 봤어요”

  • 동아일보

혜광학교 시각장애 학생들
20일 제주行깵 종단 마무리

시각장애특수학교인 인천 혜광학교 학생들이 5년째 벌이고 있는 국토 종단. 20일부터 2박 3일간 마지막 구간인 제주도 탐방에 나설 예정이다. 혜광학교 제공
시각장애특수학교인 인천 혜광학교 학생들이 5년째 벌이고 있는 국토 종단. 20일부터 2박 3일간 마지막 구간인 제주도 탐방에 나설 예정이다. 혜광학교 제공
경인지역의 유일한 시각장애특수학교인 인천 부평구 십정동 혜광학교 학생들이 20일 2박 3일 일정으로 떠나는 제주도 탐방을 끝으로 5개년 계획의 국토종단을 마무리한다. 초중고교 시각장애 학생들은 풍경을 볼 수 없지만 여러 장면을 카메라에 담으며 국토를 온몸으로 느끼고 있다.

70여 명의 시각장애 학생과 이들을 안내할 20명가량의 교직원은 20일 아침 일찍 김포공항에서 제주도로 이동한다. 학생들은 10명 안팎씩 한 조를 이뤄 한라산 우도 사빈해안 성읍민속마을 한림공원을 따로따로 돌아보기로 했다. 제주 올레길도 둘러보면서 하루 5∼10km를 걷는다.

학생들은 앞을 볼 수 없기 때문에 교사 손을 잡고 행군한다. 사물을 흐릿하게 분간할 수 있는 약시 시각장애 학생들도 손을 내밀어 전맹 학생들을 도와준다. 인솔 교사들은 아름다운 지역의 풍광을 설명해주는 역할도 한다.

학생들은 볼 수 없는 풍경이지만 카메라에 담는다. 머릿속에 상상의 장면을 떠올리면서 교사가 가리킨 방향을 향해 셔터를 누른다. 헤광학교 권성진 교사는 “시각장애학생들이 찍는 장면을 볼 수 없지만 셔터를 누를 때 쾌감을 느낀다”고 전했다.

지난 4년간의 국토순례에서 사진을 열심히 찍어온 중고교생 20명이 지난해 사진동아리 ‘잠상’을 만들었다. 학교에서 이들을 위해 카메라까지 사주었다. 동아리 학생들은 틈틈이 인천 월미도 앞바다, 강원 대관령 양떼목장 등을 다니면서 작품사진을 찍고 있다. 이들 작품은 지난해 장애인사진전에 출품돼 대상을 받기까지 했다. 이번 국토종단 때 사진동아리 학생들이 다른 학생들에게 사진 찍는 법을 알려줄 예정이다.

조별로 탐방 코스가 다르기 때문에 저녁식사를 마치고 회의실에 모여 각자 다녀온 지역과 느낌을 나눈다. 또 동네 청소 등 지역주민을 위한 봉사활동도 펼친다. 학생들은 2008년부터 시작한 국토종단을 통해 강원 한탄강, 전북 변산반도, 경북 문경, 경남 남해 등을 돌았다.

인천국제공항공사와 은행 등 여러 기관에서 이들의 여비를 후원해주고 있다. 학생들은 여행을 다녀온 뒤 후원자들에게 기행문을 곁들인 감사편지를 전한다. 겨울엔 강원 홍천의 모 스키장 후원으로 스키캠프를 간다. 시각장애학생들은 스키강사에게서 일대일 강습을 받은 후 설원을 저속 활강한다.

박희제 기자 min07@donga.com
#시각장애특수학교#혜광학교#국토종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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