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태우 “사돈에게 맡긴 비자금 총 654억”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6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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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년 수사땐 “230억” 나머지 찾으려 檢 수사 의뢰
은닉재산 밝혀져 환수되면 추징금 100% 납부 가능

노태우 전 대통령이 “사돈인 신명수 전 신동방그룹 회장에게 맡긴 비자금이 (알려진 것 외에) 424억여 원이 더 있으니 수사해 달라”는 취지의 탄원서를 이달 초 대검찰청에 제출한 것으로 10일 확인됐다. 서울중앙지검은 이 탄원서를 대검에서 넘겨받아 금융조세조사2부(부장 김주원)에 최근 배당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노 전 대통령은 탄원서에서 “재임 중 서울 중구 소공동 서울센터빌딩 등의 신축과 관련해 신 전 회장에게 모든 업무를 위임하고 비자금 654억6500만 원을 전달했는데 신 전 회장은 건물을 담보로 개인채무를 갚고 돈을 대출받아 빼돌린 의혹이 있다”며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다. 노 전 대통령이 신 전 회장에게 비자금 230억 원을 맡긴 사실은 1995년 대검 중앙수사부의 수사에서 확인된 사실이어서 이번 탄원서를 통해 비자금이 424억여 원 더 있다는 의혹이 새로 공개된 셈이다.

특히 노 전 대통령은 탄원서에서 “확정된 추징금 가운데 미납분을 내기 위해 부득이 국가의 적극적인 수사와 채권추심 활동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비자금 조성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노 전 대통령은 1997년 대법원에서 징역 17년과 추징금 2628억 원이 확정됐다. 이후 검찰의 추징금 환수 결과 현재까지 2397억 원(91%)이 국고로 환수됐고, 231억 원이 미납으로 남았다. 따라서 노 전 대통령의 주장이 검찰에서 확인돼 424억여 원이 추가로 환수된다면 노 전 대통령은 추징금을 완납하게 된다. 반면에 같은 혐의로 구속 기소된 전두환 전 대통령은 1997년 무기징역형과 추징금 2205억 원이 확정됐지만 현재까지 533억 원(24%)만 환수돼 1672억 원이 미납 상태다.

노 전 대통령이 신 전 회장에 대한 수사를 촉구하면서 ‘추징금 미납분’을 언급한 것은 “생전에 추징금 미납액을 정리하겠다”는 과거 자신의 약속을 실천에 옮겨 사후(死後)에 국립현충원 안장을 위한 걸림돌을 제거하려는 사전준비가 아니냐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은 몇 년 전부터 건강이 악화돼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고 있다. 국립현충원 안장 대상을 규정한 ‘국립묘지의 설치·운영법’과 국가장법 등에 따르면 전직 대통령인 노 전 대통령이 서거하면 국립현충원에 안장될 수 있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은 내란죄 등으로 기소돼 처벌받은 전력이 있어 국가장 대상자(사회에 현저한 공훈을 남겨 국민의 추앙을 받는 사람)가 될 수 없다는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 이런 상태에서 추징금 미납 문제까지 겹치면 국립현충원 안장이 무산될 수도 있다.

노 전 대통령의 외아들 노재헌 씨와 신 전 회장의 장녀 신정화 씨가 현재 홍콩과 한국 법원에서 이혼소송을 진행 중인 것도 사돈 간의 비자금 문제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채널A 영상]전두환 전 대통령의 비자금은 골프장 회원권?

신민기 기자 minki@donga.com   
유재영 채널A 기자 elegant@donga.com
#노태우#비자금#은닉재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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